부드러움의 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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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의 사유
이영균
연하여진 가지에서 언제 피고 지었는지를
이파리 속인 듯 겉으로 드러난 듯
야슬야슬 잘록한 허리에서 열매가 자란다
밭이랑을 쓸고 앉은 채 감자를 캐는 엄니가
몇 알이어야 몇 입을 먹일지
바람결에 드러난 자식들을 엿본다
한 놈도 두드러진 놈 없이 졸망졸망
간간이 드려 밀린 햇살에 크게 숨 들이켜는 것이 전부인
그들이 무르익는 방식은 그늘에서 그늘처럼
없는 듯 하늘빛을 잘라 먹는 것
누가 알토랑 같으리라 짐작이나 했을까
무르익은 알알이 젖과 꿀의 이스라엘 같은
나뉘어 속한 곳이 어디건 사로잡는 미향(微香)
법원에, 학회에, 예원에, 으뜸인 자식들
잘 자랐다. 엄니는 수건을 풀어 이마에 땀을 닦는다
오롯이 키워내느라 올 올 피어오르던 햇살 그 덕에
익는 듯 마는 듯 누구도 모르게 잘 익어
곳곳에 향 짙은 석학인 자식들
궤도 이탈의 것들 돌이키게 하는 것도
햇살에 검어져 무분별한 만용 가라앉히는 것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고분고분 익어
향 좋은 무화과인 것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잔잔히 묻어나는 어머니 마음 시,
미농미동으로 이젠 크게 움직이셨습니다
한참 앉았다 가옵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무화과 나무을 보면서 문득 어머니란 관점에서
비유가 됨에 한 수 써 봤습니다.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잘 드러내지 않으시던 어머닌
무화과 나무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