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간 사람을 다시 만날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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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곳인 양 인제 가면 언제 오냐셨죠
강원도 인제는 고속도로 타고 금방 가요
목포 할아버지!
그해 농사가 잘됐냐는
무가 싱싱한지부터 보라셨죠?
근데 왜 하필 무지, 무지한 나는
그 뜻을 미묘하게 모르겠어요.
한번은,
마당의 나무 타보라고
뒤 받쳐주시더니
가까이서 보면
나무 한 그루도 산이랑 똑같다고 하셨죠.
거기 마침 사마귀였나 신기해서
말의 요지를 시큰둥하게 흐려 버렸지만
전 그때 지리산 단풍 구경 가기로 했는데
어긋나서 꽁했단 말이에요.
한번은,
병원에서 머리 감겨 드리는데
두상이 이렇다저렇다 하니깐
왜 자기 대가리 보고 두상이냐면서
그리 말씀하셔서 순간 웃음이 나고 말았죠.
근데 슬픈 게 그게 농담이 아니라
잔뜩 의아한 목소리셨던 건
치매라 그런 거셨죠.
어떻게 잊어야 좋은 걸까요?
오래전 죽은 자들의 말은 너무 정겹고 높기만 한데
세상이 점점 그 뜻과 온도를 알 수 없게 하늘을 가려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구름처럼 녹아서
해석할 수 없는
상형 문자가 되기 전에
기억 몇 가지를 정돈하려 해요.
왜 무였을까요?
전 유독 깍두기를 좋아했으니까?
신 김칫국 좀 마실게요.
몇 년 동안 얹혀산 처지였지만
하긴 김장도 배추보다 무 먼저였죠.
원래 양념 남는 거로 천천히 하지 않나요?
추측이 확신은 서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도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할 게 없어 시작한 취미였는데
저랑 같이 예쁜 잎 수집하셨죠.
그래서 단풍나무가 엄청 많은 곳은
상상만으로 무진장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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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오경숙182님의 댓글

헤엄치는새 시인님 처음 뵙겠습니다
글이 어려워 이해는 잘 못하지만
아름다운 죄책감도 가슴 아픈일
오해가 있으면 대면해서 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죄송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제가 느낀점이긴 하지만 안타가워서요
어려워도 시인님의 시든 글이든 꼭 읽어 봅니다
철학도 있고 학술도 있고 해서요
제가 너무 주제넘었다면 용서해주세요 꾸벅~~
언제나 건안하시고 건필하소서
헤엄치는새님의 댓글의 댓글

처음 뵙겠습니다. (격식인사)
개똥 같은 골자로 향기를 멀리할 뿐인 외로운 벌레인지라,
점괘에 없던 위로를 받으니 왠지 좀 머쓱하군요. 그러나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시길!
가던 길 마저 굴러야 겠어요. 데굴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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