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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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 대한 단상
계절이 지나가는
문틈으로 너는 꿈처럼 온다
헐렁한 저울을 들고 덜컥거리며 온다
찬바람과 더운 바람이 밀고 당기며
오르내리며
균형을 맞추는 사이
지켜보던 나는,
문풍지여, 너는 떨고 있는지도 모를
그 사이로,
나의 뼈와 살 그 은밀한 틈이 조금씩 커진다
서걱거리는 맞춤에 대한 약속인 듯
울고 있는 이별의 예고는
어둑한 이 층에서
식은 커피색 눈물을 아래로 굴리고
검게 탈색된 그 틈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마음과 몸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굳이 교차로에 있는 노란 약국을 찾는다
신호등이 점멸하듯이
가까운 거리였던
삶과 죽음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그곳에 생명을 담보로
또 이자가 쌓여가는 예리한 촉수에
묘한 눈으로 뒤를 돌아다 보는 휘어진 모자는
틈을 메우는 메뚜기처럼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아득한 단절의 균열
꿈도 사라진 초췌한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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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틈에 대한 사유의 확장을 잘 이루신듯 합니다.
/ 아득한 단절의 균열 꿈도 사라진 초훼한 바람은/
균열에 대한 중첩적인 느낌이 사뭇 다른 시선으로 대입하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틈은
어쩌면 신호등이 점멸하듯이 찰라 같은 무언가임을 보게 됩니다.
틈에 대한 단상 예리한 감각에 거닐어 봅니다. 건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