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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지 못하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1회 작성일 16-12-11 06:03

본문

몇 일째 눈을 기다린다.

첫눈은 첫사랑처럼 지나갔다.
북풍한설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문을 닫은 숲에 홀로서면
나무들의 고백은 고적하다.

민낯을 붉힐 일이 없다.
등고선마다 하늘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고래 등에 올라선 나무들 사이로 밤이 찾아온들
눈자위 붉게 적실 어둠은 없다.

쿵,
지축을 울리던 잣나무의 한숨이 잦아드는 일도 잠시
또르르륵,
뒷 마당의 주름진 골을 따라 굴러라 도토리
참 솔가지 창을 두드리던 마당에 서면
바람이 쓸고 간 비질에
도토리잎이 말랐다.

번잡한 계절이 지나간다.
기다림이란 늘 익숙하지 않고
그리움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을 이어놓기까지
뿌리를 내리면 하늘밖에 오르지 못하는 길

따닥따닥, 낙엽을 끌어놓고 불을 지핀다.
붙이지 못한 편지들은 울긋불긋
저마다의 사연들로 들불을 놓더니
정녕 머리를 자르고 나면 하늘밖에
오르지 못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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