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젖 축이는 염소를 본 적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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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헤엄치는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0회 작성일 17-08-18 20:35본문
꿈을 꾸었다. 비좁고 불쾌한 우리에 갇힌 염소 중 하나였지.
무리의 타액 떠다니는 물때 낀 나무통을 핥는 건 고역이었으나
목젖 축이려 안쓰럽게 내민 혀가 닿는 순간, 뭐지? 뭐지! 천상의 감칠맛이 샘솟았다!
찰랑댄 거품 속 인어공주들이 혀 돌기와 단체로 짝 이뤄 춤추는 듯 낱낱이 대단한 맛!
역시 인간은 저주받았어. 한 병뿐인 그랑 크뤼 와인을 마셔도 천국은커녕 뭐가 최고급 풍미냐!
음매에에에! 염소가 진짜다! 똑똑히 봤지만 생쥐가 털 고른 물을 축였는데도 신의 축복 받는 이 상쾌함!
방주가 그려지는 거센 파도 응축된 생생한 목 넘김은 알던 맛 모두 자빠뜨릴 멸망 가는 여운, 칵 취한다!
다른 염소들은 덤덤한 건 마치 깨우친 수행자처럼 보일 지경이구만
겨우 물만 맛본 건데 희미해진 인간일 적 기억 그 어떤 오락거리완 비교도 안 되는 순수한 생리적 기쁨! 고양! 휩싸인다!
잠깐, 저건? 뿔 좀 치워 봐. 맙소사, 여물이잖아?! 누리끼리 잘 익은 존나 바삭한 여물!
달군 악마의 볼기짝 걷어차는 기세로 뒷발질 켠다. 비켜, 음매에에에!
뜯는다! 빈틈없고 단단한 치열로 뜯는다! 두터운 경추가 지탱하는 하관으로 야단법석 뜯는다! 흑흑, 슬프다. 양이 줄고 있어.
신께 감사하다. 도살 당하는 비극적인 축생임에도 태어나서 행복한 맛이 벅차 왜 눈은 두 개 밖에 안 돼? 매우 아르고스처럼 울고 싶다!
야성적 감각의 혀란 이런 건가? 그래서 요리 안 된 날 것 앞에서도 침샘이 천박했던가? 알고 보니 이 혀 존나 최고군요.
얼마큼 최고냐고? 훔친 벌 받는 프로메테우스 앞에서 도발적으로 침 튀기며 혀 찰 만큼. 염소한텐 불필요하니깐! 음매에에에!
목젖 축이는 염소를 본 적 있나?
혀 요리는 다양하지만 항간 것은 서툴러
식도까지 뽑아내서 새파랗게 질린 걸 접시에 담아둬선 안 된다오
곤두선 돌기가 자극적인 소스에 주눅 들어서도 안 되지
맹물에서 천상의 맛 누리는 그 야성적 미각 세포를 온전히 느끼려면 궁극의 혀 요리는 입맞춤뿐
종을 넘어선 한 쌍처럼 사랑에 취하듯 턱주가리 열고 생혀가 감기는 촉촉함을 음미하는 거요.
비유일세 비유. 오해는 말게. 침 튀겨서 미안하오. 나도 모르게 흥건해졌군.
완벽한 음식엔 재료란 과정이 없소. 그 자체로 굽거나 요리할 필요 없는 완성품이니.
이보시오. 경찰 양반. 이상한 사람이 있다 해서 몇 차례 신고받았겠지만 난 상식 범주의 사람이오.
수간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수 부위만 골라 먹는 잔인한 괴식도 싫네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이웃이라 다들 오해가 있었나 보군.
오히려 동물 애호가라네. 자, 손을 보라고, 난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
염소가 돼본 적 없는 자네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래서 내가 옛날에 꿈에서 겪은 걸 적어놓은 일기를 보여주었잖나
나는 그저 늙은 미식가요. 염소랑 애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비위생적이고 눈살 찌푸려지는 건 안다네
하지만 내 염소는 잇몸 건강에 신경 써주고 있고 젖도 막 짜내서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하오
이 자리에 보건국 직원을 데려와야 믿겠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내 마당에서 식사가 죄가 될진 몰랐지만, 도시 사람은 왠지 매운 구석이 있군.
하여간 황홀한 티타임을 마저 갖기를 정중히 요청하오. 어쩜 자네도 한 입 하겠나? 음매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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