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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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42회 작성일 17-08-20 10:33본문
* 이상한 여행
웃음이 없는 선사(先士),
이상하게 생긴 기래인(起來人)이
소만(小滿)이라는 왕국을 내려서면서
눈은 파랗게 슬퍼 있었지
그의 호리한 키는 무려 십이척에 달하고
몸은 버드나무같이 길며
얼굴도 팔도 다리도 길고 갸름한데
방금 호리병 왕국을 탈출하여 힘겹게 나왔노라고
이제 자기는 황금의 제국과
푸름 제국을 건넌다하니
내 말하기를 저쪽 황금의 제국을 건너려면
불성(佛性)이 깊어야한다고 하니
기래인이 다시 내게 묻기를
그럼 푸름 제국은 무엇으로 어떻게 어디로 가나 묻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그냥 내가 지금 그곳서 오는 길이니
여기 보이는 내가 온 길로 쭉 따라가시오 했네
또 기래인이 푸름의 나라로 갈 때
특별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묻기에
내가 이르기를 푸름의 나라로 가려면 웃음, 하나요
그런데 당신이 본래 웃을 수 없으니 어렵지 않겠소 했네
그곳 푸름의 나라는 웃지 않으면 만물이 시든다오
꽃도 향기를 잃으며 그곳 사람들도
그대 같은 인물을 만나면 금방 목석으로 변하고 말지요
기래인은 어떻게 웃는지를 잃었다고 하며
자기 왕국의 사람들 모두 웃는 이가 하나도 없다고
즐거움도 슬픔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며 그런 왕국으로는
자기는 지옥 같아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네
그럼 저기 수미산(須彌山) 아래로 가서 불성을 길러
아름다운 아미타 세계로 가면 어떨까 하니
그는 또 색과 향과 감각을 다 잃었으니
그곳도 자기의 진정한 행복이 아닐 거라며
자기의 본질을 찾아달라 내게 구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괴상하게 생긴 길쭉한 기래인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가 말한 본질을 생각하다가
내가 길 위에 있음을 깨달았네
내가 가려는 곳은 미래인가 과거인가
어느 쪽이 나은 미래의 나라인가
기래인이 나온 왕국이 분명 미래일 것인데
그가 나온 곳이 저리 병목이 좁은 호리병 같다니
나는 얼른 그의 손목을 쥐고
저쪽 황금 산 빛나는 곳은 돌아보지도 않고
내가 살던 푸름 세상으로 껄껄거리며 발길을 재촉했다네
기래인이 옆에서 나를 따라 웃으며
갑자기 민둥머리에 검은 머리가 자라고 벗은 옷이 입혀지며
팔과 다리 체구가 나와 닮아지면서 혈색이 돌아온 기래인이
나에게 어깨를 붙들며 한마디 했네
“그럼 지금 자네가 살던
지상의 천국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인가?”
내가 마음으로 대답했네
“마냥 기쁜 곳은 아니지만
적어도 맘대로 울고 웃을 수는 있는 곳이지,”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악의 구분이 가능해지는 가늠을 찾는 여행
자연의 부름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