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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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10회 작성일 17-08-21 21:52본문
대추 한 알
고향집 마당 한 구석에 늙은 대추나무 한 그루 내 엄지보다 길고 굵은 약대추가 해마다 붉은 열매로 하늘을 가득 덮곤 하였다 삼형제 종일 매달려서 따 먹어도 그 하늘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추운 겨울이 오면 여기저기 이파리들을 흩날리며 대추는 말없이 씨굴씨굴 말라가곤 하였다 그게 안스러웠던 어머니 하루는 우째우째 그 대추를 팔아보겠다며 파란 천막을 펼치셨다 후두둑 요란하게 하늘이 열리고 아버지 시장 한 귀퉁이에 어머니와 함께 대추를 덩그러니 옮겨 놓으시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얼마나 파셨을까? 어머니 다 파신 듯 빈 통을 이고 돌아 오시더니 젖은 지전(紙錢) 몇 장과 함께 원기소 한통 달랑 마루에 내어 놓으셨다 그리고 대청 마루에 천천히 내려 앉는 어머니 말씀 장이라고 구석에 전을 펴고 앉았더니 지나가는 사람 열에 아홉은 아시는 분이더란다 반갑다고 한 주먹 잘 익었다고 또 한 주먹 이렇게 금(金)을 낫게 받아도 되나 싶어 돌아서는 사람 붙잡고 한 주먹 두 주먹 그렇게 가을 한 자락 듬뿍듬뿍 보태줬더란다 그래도 우리는 그때 다 알고 있었다 그 하얀 원기소 통 안에는 가을볕에 잘 익었던 대추들이 한 가득 농 익어 있다는 것을 밤새 쿨럭이던 어린 동생의 잔기침쯤은 한 번에 가라앉혀 줄 큰 힘이 들어 있다는 것을...... |
댓글목록
은린님의 댓글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시절 최고의 영양제라는
원기소처럼 정감어린 좋은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씰데없이 건강했던 나는....
원기소를 못 먹었습니다.
내 손이 닿지 않는 어디에 숨겨 놓고 그랬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