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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停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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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12회 작성일 15-07-20 21:53

본문

정체(停滯)

 

 

하늘에 검정 융단을 깔고 하루 아침이 열렸다. 밤마다 융솟는 욕망을 누르고 거하게 취한 농무속에서 한겹씩 녹슨 허물을 벗는다. 무엇으로도 굽지않는 대쪽같은 색을 품었다. 스물네겹의 질긴 껍질을 벗고 밑 빠진 거실 쇼파에 눕는다. 물아일체, 발바닥에 깔린 바퀴벌레처럼, 둘이 하나되는 순간, 머릿 속 초고속셔터가 눌린다. 얼굴없는 초상화가 그려진다. 독기인지 열기인기 뱅뱅거리는 선풍기 아래, 심장에 대못을 친 달리의 시간이 흐르고, 세상 소식 전하는 아침뉴스는 보는둥 마는둥, 밥을 먹는둥 마는둥, 빈수레처럼 요란스런 값싼 동정과 삐걱대는 속내를 감추기 위해 본능처럼 샘솟는 욕심을 누른다. 스스로 매몰차게 발광하는 본심을 그럴싸하게 서랍장 안에 숨겨넣는다. 여명이 걸린 나무 끄트머리에 고정되는 표독스런 눈빛, 마냥 눈 열어 나무의 줄기와 실한 가지를 보겠지만 뿌리의 견고함을 보려하지 않는다. 여지껏 뿌리의 실체를 본적이 없었으므로 늘 나무의 밑둥만 싹둑 잘라냈다. 때마다 눈과 입으로 더러는 귀로 가지와 잎새를 우러러 칭송하였으나 늘 뿌리의 질긴 본성을 들춰내는 일은 두려워했다. 나무는 마당 가득 굵은 뿌리를 뻗어 서로의 손을 잡아 흔들리는 잎새를 위로하며 밤새 쓰삭대는 키질 소릴 들어야 했다.

 

 

이별 역시 너와의 만남을 담보하지 않았음으로 영원하다 말하지 않았다. 이젠 내 사랑과 변죽 울리는 애증도 조금씩 버스럭거렸다. 대충 퍼담고 마냥 쓸어담은 허접스런 언어들, 뜻 없이 잉태되고 양산되는 퍼즐같은 그림들, 오독오독 씹히는 뼈마디와 연골들, 오늘도 뼈를 닮은 굳은 살을 벗겨내고,

 

 

바람은 바람 사이에서 바람이 난다.

새들의 언어가 정적 속에 곧게 박힌다.

까치는 까치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머릴 굴린다. 끼리끼리,

하늘 구름이 정체된다.

끝을 잇다가 뒷배가 빵빵해진다.

정체되는 것은 분명 내 길만은 아닐게다.

뒷골목에선 어제의 늙은 바람이 정체되고

내 고단한 하루가 정체된다.

낮을 지워가며 길어지는 밤이 정체된다.

나의 정체, 너의 정체, 아무도 모른다.

같이 먹고 자고 같이 싸는데

 

  

이승길이든 저승길이든, 술상이든 밥상이든 밤꽃지는 야산이든 시골쥐 도시쥐 들락대는 궁창이든 분간없이 시간은 흘렀다. 시간은 과거로 하여 현재를 좀먹고 현재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갉아먹는다. 같은 공간속으로 이면과 다른 차원을 만드나  세상 차원이 한낱 벽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없었다. 주석없인 읽을 수 없는 이야기만 메두사 머리처럼 서로의 국부를 파먹고 있었다. 헛튼소리 마라!, 저수지 개의 이야기가 모여 전설이 만들어지고 전설을 한몫 잡아먹고 서사시로 영웅이 태어난다. 끝 모를 停滯, 오늘도 잘 짜여진 각본대로 세상에 놓여진 길을 향해 종이 울린다. 의미없는 너와 나의 길고 지루한 이야기, 언제고 어디선가 도로 멈출 일이다. 서서히 끝장을 볼 심사다. 세상에 남 모르게 숨길 이야기가 있더냐? 더러운 뒷골목에서 양의 탈을 쓰고 양인 양, 양의 눈을 속이고 양에 속아 또 울고, 영웅의 전설은 저수지에 빠진 개꼴로 나타났다. 곁눈질 없이 앞만 보고 내달리는 힘 빠진 경주마처럼 구석진 길로 내닫는 마음, 속절 없고 깊이는 말할 것도 없다. 별 뜨는 동산에 선 마음은 한길 물 속, 가볍고 얕다. 새까만 구름이 정체되고 새가 꽁지부터 정체된다. 걸음이 걸음 사이에서, 까만 구두가 빨간 하이힐 뒤에서 정체된다. 뜨문뜨문 하늘 빛이 구름에 가려 사십오도쯤 굴절된다. 각도를 틀어 목표를 벗어난 수 백의 화살촉, 빨간 하이힐 뒷굽에 꽃힌다. 사내의 좁혀진 동공은 물귀신처럼 하이힐 뒷굽에 거머리같은 정체를 몰고다닌다.

 

 

 

 

글쓴이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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