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바람에 날리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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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79회 작성일 16-04-02 15:25본문
목련이 바람에 날리던 날에 / 심월
수련은 수런거리기라도 한다지만
목련은 그야말로 목이 메이는 연이지
진흙탕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지만
우윳빛 슬픔으로 가득한 너 목련은
옥항상제의 딸로도 비켜갈 수 없어
통째로 순절하는 모습으로만 기억되는가
촛불로 그을린 것처럼 멍들어
송이째 바닥으로 나뒹글어 더 슬픈 너
봄바람에 후두둑 비오듯 떨어지던 너
세상에 한 두 잎이 떨어지는 게 아니고
저렇게 새들이 날 듯 후두득 후두득
슬픔이 덩어리째 휘날려 떨어지다니
꺼이꺼이 울음을 삼키다가
한꺼번에 피 토하듯 저리 떨어지다니
오늘 낙화암에 삼천궁녀 몸을 날리듯
미련없이 후두둑 후두득 떨어지는 걸 보았네
내 사월의 슬픔은 이것으로 마감이라네
사월은 엘리엇에게만 잔인한 게 아니었네
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일기예보에 여긴 벌써 체감이
42도입니다.
전에 파주에 살 때 아파트 화단 백목련이
출근 때만 해도 활짝했는데
퇴근 때 보면 꽃잎 다저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시사철 뚜렷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래서 감성이
풍부하지 않나 싶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심월님의 댓글의 댓글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목련만큼 고운자태도 없고 또 슲프게 지는 것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꽃비중에는 벗꽃만한 것도 없지만, 목련은 추하게 지는 게 탈입니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행복함이 가득합니다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기쁘지 않은 게 탈입니다.
술을 끊고 열심히 섭생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