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 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 이달의 우수창작시 발표
  • 시마을 공모이벤트 우수작 발표

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

(운영자 : 최정신,조경희,허영숙)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등단작가및 미등단 작가 모두가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 시는 하루 한 편 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금품을 요구 하거나 상업적 행위를 하는 회원이 있을 경우 운영위원회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9회 작성일 15-08-07 09:33

본문

 

나는 재생용 종이컵이다



 

 

 

1.

 

1,300원, 몸값을 선납하고 굼뱅이처럼 구겨진 지하철에 뿔난 몸을 실는다. 07:30, 낯선 향기에 젖은 아침이 내장 터진 개나리봇짐 사이로 무임승차를 한다. 꼬깃한 옷을 걸친 그와 거창할 것도 없는 첫상면을 한다. 언제나 첫 만남은 근엄한 산사의 기도처럼 경건하고 숭고했다. 내 마지노선은 높이 7cm. 윗지름 7cm, 아랫지름 5cm 볼륨없는 항아리 몸매를 가졌고 후에 안 사실이지만 재생용종이컵이라 불렸다. 분명 내 안에 꼭꼭 눌러 담을 정량이 있듯 7cm 속 좁은 내량으로 담아낼 양은 들불 보듯 분명했다.



 

2.

 

나는 흘러내리는 어떤 것도 아낌없이 담아낼 지혜와 용기가 있다. 사시장철,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최고의 맛을 담아내려 한다. 그는 정도를 넘지 않으려 적량과 농도 조절의 안목으로 올곧게 세분된 눈금을 겨냥한다. 적정선 맞추기란 시간을 과거로 돌리 듯 어려운 일이겠으나 그 적정이란 선에서 머무를 때 삶은 더 행복하고 금도의 선을 넘으면 손마디에 수포가 생겨날 것임을 직감한다. 인생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일회용은 쓰는 순간 버려질 것을 예감하지만 재생용이란 딱지가 붙으면 그럭저럭 희망은 있는 셈이다. 제 자리에서 역할을 못하면 퇴물이 되는 비정의 시대, 본분을 다해도 눈깜작할 세,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시나리오 속 비련의 주인공, 더러는 차곡차곡 오버랩된 인생으로, 더러는 얄팍하게 꾸겨지는 일회용 운명으로, 무수한 지문과 지문 사이에서 안의 골수가 비워지면 바로 뒷방 퇴물 신세가 된다.



 

3.

 

진실같은 뜬소문들이 각을 세우고 몸 안으로 둥글게 말려든다.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뒷이야기를 체거름없이 녹여낸다. 종이컵 안에 세상 이야기가 담겼다가 이내 비워진다. 나는 그에게 쉼이 되어 주지만 못된 언어의 시궁창이 되고 재떨이가 되기도 했다. 한시간 동안 코너에 몰아넣고 어찌 손 쓸 겨를없이 발길질을 당한다. 이것이 쉼에 대한 처절한 응징과 댓가였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체 내장이 파열되기도 한다.

 


 

4.

 

그는 숨 가뿐 쉼표에 마침표를 찍으면 오랜 습관처럼 하얀 속살을 벗겨내며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들춰낸다. 언제부터인가 달콤한 욕망 뒤엔 불행이란 검은 그림자가 먼저 다가왔다. 밑바닥 치부까지 드러낸 알몸뚱이에 달라붙은 끈끈한 알맹이들. 17:30, 그는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내 안에 마지막 수위와 농도를 조절한다. 온화한 미소 속에 사랑, 희망, 애증, 때론 분노가 철철 끓어넘쳤다. 일회용이라 딱지붙은 것이 날개없이 곤두박질한다. 10분 안쪽이었다. 내 인생 역시 어느 순간 날개없이 추락할 때가 있으리라. 4막5장의 비루한 가면극을 끝내고 부활을 꿈꾸며 심연속으로 하얀 몸을 던진다. 홀더 속 종이컵 하나가 엉치를 빼며 배수진을 친다. 신석기 패총같은 일회용들의 무덤에 뜨거운 볕이 머문다. 나는 그대 손에 들린 재생용종이컵이다.

 

 

 

 

 

 

글쓴이 : 박정우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2,862건 10 페이지
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열람중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 1 08-07
2223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2 1 08-07
22230
우리 있음은 댓글+ 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3 1 08-07
22229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6 1 08-07
22228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2 1 08-07
22227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9 1 08-07
22226
곰말 법칙 댓글+ 3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2 1 08-08
22225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4 1 08-08
2222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3 1 08-08
22223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1 1 08-08
22222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5 1 08-08
22221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8 1 08-08
22220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5 1 08-08
22219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9 1 08-08
22218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9 1 08-20
22217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5 1 08-09
22216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 1 08-09
22215
보름달 댓글+ 2
인디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4 1 08-09
22214
사이판에서 댓글+ 2
송 이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3 1 08-09
22213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0 1 08-09
22212 윤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9 1 08-09
22211 파도치는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9 1 08-10
22210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1 1 08-10
22209
착각 댓글+ 1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 1 09-01
2220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6 1 08-10
2220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0 1 08-10
22206
쥐가 날 때 댓글+ 1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8 1 08-10
22205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 1 08-10
22204 SunnyYa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1 08-10
22203
슬픈조우 댓글+ 1
구경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9 1 08-11
22202
백사장에서 댓글+ 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1 08-11
22201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0 1 08-11
22200
나팔꽃 댓글+ 8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4 1 08-11
22199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 1 08-11
2219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2 1 08-11
22197
용해(鎔解) 댓글+ 2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9 1 08-11
22196
로그인 댓글+ 2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7 1 08-11
22195
능소화 댓글+ 2
윤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0 1 08-11
22194
부재 댓글+ 2
짐 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1 1 08-11
22193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8 1 08-11
22192
댓글+ 2
오종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 1 08-12
22191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4 1 08-12
22190
파도 댓글+ 2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1 08-12
22189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7 1 08-12
22188
연꽃 연서 댓글+ 3
江山 양태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7 1 08-12
22187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0 1 08-26
22186 오징어볼탱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1 1 08-12
22185
칫솔 두 자루 댓글+ 2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4 1 08-12
22184
옥수수 댓글+ 1
앰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3 1 08-12
22183
솜사탕 댓글+ 1
수호성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2 1 08-12
22182
야간유람선 댓글+ 1
수호성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6 1 08-12
22181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8 1 08-12
22180
작은 기다림 댓글+ 1
엉뚱이바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 1 08-12
22179
탄생 댓글+ 1
멋진중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6 1 08-12
22178 들풀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5 1 08-12
22177
담쟁이 댓글+ 2
왓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9 1 08-12
22176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5 1 08-12
22175
지명 댓글+ 9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9 1 08-12
2217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 1 08-13
22173 박정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9 1 08-13
22172 윤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1 08-13
22171 짐 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7 1 08-13
22170 SunnyYa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9 1 08-14
22169 용담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9 1 08-15
22168
살풀이 춤 2 댓글+ 2
SunnyYa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4 1 08-15
22167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7 1 08-15
22166 오징어볼탱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3 1 08-15
22165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0 1 08-15
2216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5 1 08-16
22163
이사 가던 날 댓글+ 1
윤희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6 1 08-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