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그늘 밑에서 > 창작시

감나무 그늘 밑에서

펌프 물 퍼올려 엎드려 등에 붓고

수건 던져 등에 걸쳐놓고

바짝 다가선 감나무 그늘 밑

와상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는다

바가지에 상추잎 따서

수북히 씻어놓고

큰 잎 하나 집어 와상 모퉁이에다 툴툴 털어

찬 밥 한 술 올려놓고

마늘쫑 분질러 된장 찍어 올리고

햇마늘 한 쪽도 올리고

동그랗게 말아서 검은 동굴처럼 입벌려

쿡쿡 박아 넣으면

오물오물 침하고 섞여 단맛 쓴맛 어울려

참 맛있다

그 맛 아쉬워

삼키기 전에 상추를 또 미리 한 장 넓게 펼친다

상 밑에는 당산나무 샘에서 막 길러온 찬 물

노란 주전자가 땀을 송송 흘리고 있다

워따 밥맛이 왜 이리 달다냐

소리치고 하늘 올려다보니 새가 별일도 다 있다, 라는 듯이

새침하게 파란 하늘로 멀리 날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