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대를 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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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10회 작성일 16-04-27 21:19본문
누대를 살아도
겨우내
처마 밑에 달아 놓았던 시래기를
차곡차곡 포대에 담으신다
마르고 야윈 손으로
부지런히도 담으신다
바스락, 마른 손도 같이
부서질 것만 같아
나는 종종 걸음으로
종일 그 손을 따라다녔다
누대를 살아도
살림살이는 고만고만하고
그 살림살이와 부딪히며
살던 몸만 마른 시래기처럼
저렇게 깊은 주름이 졌다
하얀 보따리 하나가
툭 터질 듯한 큰 알로
마루 끝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
"더는 줄 게 없구나"
산다는 것이
누대를 살아도
부끄러움으로 남아
아낌 없이 다 내어주어도
큰 부끄러움으로 남아
바스락거리는 마른 손을
뒤로 천천히 물려 놓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보고 계신다.
댓글목록
수크령님의 댓글
수크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가지지 못한 정서를 가지셔서 부럽기도 합니다.
늘 따듯한 정서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시 잘 보고 있습니다.
손성태님의 댓글
손성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사랑은 그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부피이지요.
그 힘으로 지금의 나가 있고
자식들을 키우고 있나 봅니다.
어떤 사상보다도 위에 있는 어머니의 무한 사랑을 느낍니다.
잘 감상했어요. 박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