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8) 비에 갇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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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96회 작성일 16-07-07 11:01본문
비에 갇혀서 / 심월
국지성 소나기라 믿고
초저녁 슈퍼에서 우유를 사들고
쏘나기는 피하고 보자고
기다린지 30여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비
정강이가 젖어도 아랑곳하지않는
무수한 발걸음들을 물끄러미
그야말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언제 이렇게 나를 방치한 적이 있나?
지겹다기보담 낯설게 느껴진다
비에 끝은 있기나 한걸까
한 번도 쉬어보지 못한 내 인생
비는 그칠 기미가 없고
어지러눈 자동차 행렬에 눈이간다
비에 갇혀 잠시 나를 돌아보는
7월의 어느 초저녁이 흐른다
댓글목록
한드기님의 댓글
한드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짬짬이라도 요즘은 쉬어보시는 것 아니신지요.
한국에는 비도 많더군요.
금년에 바쁜 일 핑계 겸 거의 골프를 치지 않다가
저보고 몸 많이 쇠약해졌다 채근도 하는 지인들과
약 한 달 전, 중거리 정도 1박 2일 다녀왔죠.
뭐든 오랜 만에 하는 일이 삐걱살이 드는지라
첫 날은 잠시 소나기인줄 알았더니 비가 통 그치지를 않아
3,4번 홀을 돌며 완전히 홀딱 젖었더랬습니다. 물론 게임은 중단되었고,
어린 시절 비 맞은 후로 정말 오랜 만에 비 속에 잠수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시를 읽다보니 뜬금없이 그 순간이 떠오르네요.
모두가 어렵다어렵다 하는 세상,
정강이가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꿋꿋한 하루하루를 모두 밀고 나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102889심월님의 댓글의 댓글
102889심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도 잘 하셨네요. 골프는 웬만큼 비가 와도 할 수 있는 운동인데 안타깝네요.
우중의 샷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지요. 비는 참으로 인간에게 여러모로 선물하는 게 많습니다.
슬픔을 느끼게도 맛보게도 하고 감추기도 하고 때론 자신을 돌아보게하기도 하고 끝없이 맞으며 걸어보게도 하고
비온 뒤의 하늘은 더할 나위없이 맑고 모든 생명에 생기를 불어넣고 비를 맞으며 실컷 눈물을 흘려도 들키지 않고
비는 비라서 더 비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방문감사하고 요즘 좋은 시 많이 올려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