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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화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후裵月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69회 작성일 15-07-11 11:37

본문

기다림의 화법 /배월선



이렇게 조용할 리 없다
날짜가 덮어 놓은 굴레
사방 둘러보면
모두 기다리며 산다
기다리지 않고 나도 나도 손들고 날뛴다면
귀퉁이 서있는 것들이 두 눈 부릅뜨고
피아노를 두드려댈 것이며 기타줄을 튕겨댈 것이다
샴푸와 린스가 벌떡 일어나 머릴 감기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 것이다 이태리 타올은
밀었던 등을 박박 밀어댈 것이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팔다리를 휘감으려 달겨들 것이다
계절없이 선풍기며 에어컨 날개가 돌아가고
책장에 꽂힌 책들이 벌떡 일어나
활자를 키우며 어룽어룽 댈 것이다
볼펜은 붉은 똥을 싸대며 밑줄을 그을 것이 뻔한데
봐라, 저 무던한 고요
나도 세상의 한 단면이 되어 서서 기다린 적이 있다
누가 내 투명한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저녁에 아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타를 집어든다
기타 등등의, 잠식된 악보
마악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처럼
고요가 해체된다
추천1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후裵月先님
시인님!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도 안납니다
고운 시를 생각 속에 잘 감상 하고 갑니다

누가 내 투명한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곧 가을이 올 테니 더워도 기다려야 할것 같아요
시인님의 시심 속에 진리를 깨닫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옵소서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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