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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식물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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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16-10-09 01:47

본문

 

식물형 인간

 

살면서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숫기가 전혀 없는 쑥맥이다

저쪽에서 먼저 썸 걸어오면 못이긴 척 만나고

정들고 그래저래 살아왔다

 

화가 나긴하지만 먼저 쌈을 걸어본 적도 없다

그냥 혼자 삭이느라 한참이 걸렸다

어렸을 때는 누가 때려 코피나서 울면 끝이었다

 

커서도 돈 버는 기술이 신통찮아 음식점에 가드래도

남이 주문하는 대로 그냥 그것을 받아먹는다

아량이 넓어서가 아니라 어차피 나에게는 낼 돈이 없었다

 

나이 들어

그런 것들이 싫어서 비상구를 통해 나로부터 도망치기로 마음먹고

담배도 끊고

겨우 박치기하고 나왔는데 떨어진 곳이 하필 또 풀밭이다

사업에 실패해서 뿌리까지 뽑힌 채로 

힘없는 사람한테 찍소리도 못하고 이제는 얹혀살고 있다

나는 바람에 서서히 말라가는 풀이다
나중에 불씨만 놓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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