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寒溪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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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30회 작성일 16-12-16 22:33본문
한계령(寒溪嶺)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
더는 내 디딜 자리가 없어
이리저리 흔들리다 내 몸이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아 나는
주섬주섬 몇 일을 챙겨
한계령에 올랐다
안주머니 깊은 곳에서
오래된 이야기들을 꺼내어
시름은 시름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내 지난 시간들을
순서대로 허공에 펼쳐 놓았다
잘 가거라
그리운 이여 안녕......
세상 무엇보다 따뜻했던 가슴
알뜰살뜰 부지런 했던 손
여기저기 잘도 다니던 겁 없던 발목까지
나는 그리웠던 순간들을 하나둘 넘겨보며
친구의 안녕을 고개 너머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내세(來世)는 물어 무엇하겠냐마는
다음 생엔 부디 목숨이 없어
슬픔이 없는 온전(穩全)한 몸으로 내 곁에 오라고
부서지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는
바위처럼 크고 무거운 이름으로 내 곁에 오라고
나는 몇 장의 노잣돈을 챙겨
바람결에 흘려보내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왔다
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래저래 부고가 잦네요.
얼마전 친구의 안녕을 생각하며 쓴 글인데......
마침표도 찍기전에 사촌매형의 부고가 또 날라오네요.
몸도 맘도 추운 계절입니다.
주말내내 상가에 있을 듯 합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좋지만 특히, 둘째 연이 더 좋네요
애잔한 시,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전형적인 박시인님의 시다운 면모입니다
박성우님의 댓글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찍 문상 갔다 왔습니다~
산다는 게 참....
callgogo님의 댓글
callgo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웅다웅 사는 모습들이 너무 부질없는 세상입니다.
눈 만 뜨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언론매체들,
시인님의 시상을 품으며 정화시켜 봅니다.
좋은 시 묵상하고 갑니다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맞아요... 아웅다웅....
그럴필요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