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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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운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88회 작성일 17-02-07 11:16본문
불면
검은 혓바닥이 오래 핥은 손으로
어둠을 한 움큼 잡아본다
손가락 사이로 주르르 빠져나가는 생의 잔재들
내 몸을 빠져나간 것들은
깊은 어둠에 물들었다
거뭇한 잠 속으로 동생이 다녀갔다
아주 잠깐 너를 보려고 꿈을 꾸었다
반쪽짜리 달이 어둠에 누워 제 몸을 곰곰 갉아내듯
몸에서 내보낸 나를 더듬어 읽어보지만
쉽사리 넘길 수 없는 낱장에는
아직 슬픔이라고 적혀있다
어둠을 보면 혼곤한 잠이 떠다닌다
어둠을 거꾸로 잡고 힘껏 털어내도
오지 않는 아침은 냉정하다
엄마를 만지면 물컹한 눈물이 잡히는 이유를 알겠다
단단한 것들은 모두 어둠이 되었다
그믐달처럼 휘어진 나를 밟고
어둠은 눈먼 걸음으로 가고 있다
또 한고비 넘고 있는지
온몸에 희뿌연 피곤이 몰려온다
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가슴 아프게 잘 쓰시는군요.
가슴 아픈 것을 꾹꾹 누르고 쓰시니
시가 시답다 그런 마음이 입니다.
아 아프다 나 외롭다를 말로 꺼내놓으면
공기에 묻고 비에 젖어 얼마나 공감하기가 어려운지요.
감춤으로 더 드러나는 슬픔. 시인의 숙명.
저에게도 가슴 아리게 하는 친구가 있어
그 아픔이 더 무디어지면 자운0님처럼
구슬프게 노래해 봐야겠습니다.
명작 가슴으로 읽고 갑니다.
자운0님의 댓글의 댓글
자운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라고 써놓고는 시답잖아서 늘 생각이 많았는데
시가 시답다고 하시니 듣던 중 과찬이십니다.
격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