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모두 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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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주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95회 작성일 17-02-22 18:46본문
우리들은 모두 마트료시카* / 이주원
∥: 위에서 아래로 내 배를 그었어요
거기서 고아가 된 엄마가 태어났어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은 탯줄을 쥐고
응애응애 피비린내 섞인 울음 우는 엄마가
이제야 내 생일을 가르쳐주었죠
스스로 태어난 딸아이 배 속에서
헌 생명이 움트는 게 느껴져요
이 두근거림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녀는 알 거예요 하지만 모를 거예요
때로는 태동이 몸 밖에서부터 느껴지기도 하죠
내가 날 사랑한 만큼 나도 날 사랑해요
곧 태어날 나와 나의 사생아에게
우리 이름을 한 글자씩 딴 이름을 줄 거예요
메스는 위에서 아래로 배를 긋고서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가 또 다시 :∥
*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단편소설 「그대들은 모두 좀비(All you zombies)」에 대한 오마주.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트료시카라는 걸 알고나서 이 시를 읽고 나니
잘 이해가 되네요.
어떤 의미가 있는 첫 연을 자꾸 보게 됩니다.
[메스는 위에서 아래로 배를 굿고서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놀라가 또 다시]
여기가 곰곰히 생각과 생각이 겹치네요.
아무튼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밤이 깊어지네요. 좋은 밤 되세요.
늘 건필하소서, 이주원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