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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7회 작성일 17-03-29 21:26

본문

밥을 먹으면

 

생명의 힘이자 순리라고, 그냥 밥이라고 식사라고 말하면서 밥을 기억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루치의 생명이 뚝뚝 꺽이는 어두운 모래를 입안을 채워 넣는 것 같은.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떨리는 손이 몇 번이나 헛손질 하는 생명의 숨결이 어둡다

 

진정 먹어 보고 싶은 밥이란

허기진 날들의 위태로움이 아니라

저 어두운 밥은 교도소 옆을 몇 번이나 지나다니며

텅빈 위장에게 몇 번이나 무릎 꿇어가면서

앞으로 나갔던 것이다

시간에게 수차례 무릎 꿇었을 것이다

 

줄어든 하루는 빈 밥그릇으로 개수대에 나뒹구는 법

그것을 밥의 허기라고

심하게 말을 남발하지

 

고봉으로 부풀린 밥이 있으면

숟가락 한번 들지 못한 밥을 이겨내는 절망이기도 했을

절벽 끝 같은 위장을 처다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그 잘, , , 밥 또는 잘 란 밥들

 

또 한 숟가락이 사라져 가는데

손에 들린 밥의 길이 미로처럼 얽혀지는데

날마다 무심히 서로를 지나치면서 사라진다

 

나는 벌래먹은 쌀알을 심장에 올려놓은 채

구부러진 벌래들을 위로하는 말을 받아 적으면서 웃는다

한 끼의 밥으로 남은

하루하루의 시간을 주머니에 갈무리하면서

밥알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나는 밥풀하나로

수많은 날들을 헛 손질해가면서

나의 몸을 저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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