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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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847회 작성일 17-06-02 08:50본문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보슬비 내리고 말갛게 젖은 하늘에
유년의 기억이 무지개로 걸리면
그 너머 아슴히 환해지는 얼굴을 본다
알알이 타는 꿈과 함께
입가에 번져오는 미소,
고와라
고향 여울진 그리움과 풀잎 같은 파릇한 것들
그런 것들이 진정 아름다워라
새벽숲의 맑은 내음, 피톤치드 향 같은,
싱그러움이 내 안에서 고요한 호흡이 될 때
세상살이 사나운 내 얼굴에도
아주 뜻밖에, 아주 뜻밖에,
오랜 잠 속에서 눈을 뜨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곱게 피어 오른다
잠깐동안의 현기증이었지만
결코 싫지 않았던,
어지럽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으로
세월의 낡은 계단을 쿵쿵 내려서면
그곳에서 맑게 웃는 아이가
그 아이가, 나였던 적으로 서있다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심지어 나까지도
- 안희선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시 들렸다 갑니다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마로양님의 댓글
마로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시인은 추억을 살해하고 싶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그 추억은 머리맡 서랍장에 두고 늘 꺼내보고 싶은 그리움이더군요
수박향이 나는 냇가에서 징검새우를 잡던 날들
이때쯤이면 청보리를 베어다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보리서리를 해 먹던 날들
그 푸른 날들은 아무리 쥐어도 흘러내리는 물같은 것 같습니다
안희선 시인님 시를 읽으며 그 유년의 아름다운 추억속으로 들어가봅니다
그날들은 가난했고
그날들은 단조로운 사람으로 산 것 같지만 지금생각하면 얼마아 풍요로웠고 얼마나 감동이였는지요
고향집 그 대청마루에 아직도 어머니의 목청이 쩡쩡이 들린듯합니다
시인님의 시편을 읽고 그리운 동화 한편을 보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날은 사람이 지닌 고유의 품격이나 자질보다는
획일화 되고 상품화 된 인격이 요구되고.
실제로, 삭막하고 거친 삶에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본래 모습과는
전혀 상관없는..
규격화 . 기계화. 상품화가 된
이질적인 모습에 문득 지금의 자기 자신이
낯설어지기도 해요
때문에 소위, 시를 쓴다는 일이
뭔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지고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때로는 '시를 쓴다는 게 부질없는 짓은 아닐까' 라고
회의 懷疑도 해보지만
그래도, '맑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소환하는 일에
시만한 게 있을까' 도 생각해 보는 새벽의 시간입니다
우리들이 벗어날 수 없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詩가
<명암과 곡절 등이 교차되는, 저 사연 많은 生>과
관련있다는 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듯...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웃음)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신 두무지 시인님,
마로양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