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아무나 짖는 게 아니네 > 창작시

농사는 아무나 짖는 게 아니었네
                                    정휘종

농사는 가뭄에 물 주는 일보다
정 주는 일이 더 시급하였네
아침마다 문안 인사 해야 하며
친절과 사랑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어야 함을 느꼈다네

무뚝뚝하고 무표정밖에 모르는

나는, 농사는 역부족이었네

고집 세게 친환경 농사만 고수하다가

배추 벌레에게 몽땅 내어주고

나는 빈손이었네
친환경 농사는 옛말이었네
우르르 쾅쾅 30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천둥소리와 진짜 구슬 같은

농사에 피해만 주는 우박이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모르게 후두두 떨어지는

어느 오후 문득 깨달았네. 역시,

농사는 아무나 짖는 게 아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