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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나무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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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17-06-24 17:48

본문

붉은 소나무와 달 / 정석촌

붉은 소나무 한 그루가

나이 보다 더 들어 보이는

나이테를 달래가며 긴 허리

구부정하게 서 있는데

보기와 달리

청청한 솔잎더미 풍성하게

짊어지고 있다

얄포록한 실구름 살며시

다가와 솔가지 끝에 앉으며

바람을 기다리겠다고

초승 지나 휘어진 달이 샐쪽웃음 물고

중천으로 간다며 나비걸음 하는 찰나

짓궂은 솔 가지 긴 팔에

달이 잘록한 허리를 잡혔다

그 바람에 놀란 구름 바람따라 떠나고

새침해진 달

파르스름한 눈을 흘겨

소나무는 본체만체

헝클어진 솔잎만 흔들며

허리에 두른 솔가지 거둘 맘이 없는듯

달은 푸른눈 부릅뜨고

밤은 점점 깊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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