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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려고

인쇄소에서 글자들이 첫 출발을 한다

책으로 만들어진 꿈의 문장들은 기뻤다

누군가의 눈과 가슴속에 집 짓고 살고 싶었다

꿈은 꿈으로 끝나기 쉬운 글자들의 현실

오래전 컴퓨터가 없을 땐 용감했고 씩씩했다

어느 병동에 같힌 병자처럼 홀로 말하고 혼자 해석하면서

일용직 노동자처럼 다음 페이지의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표지 얼굴은 화려한 화장기술로 눈길을 잡아당기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들이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나와 문장들의 동상이몽은 도토리 키 재기로 다른 곳을 본다

어느 한 구절의 외침에 깊은 생각들이 이족 저쪽을 파고든다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로가 외면하면서 살아온 탓일게다

주입식으로 강요되었던 시간의 오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한 페이지 넘기면 앞 페이지가 기억나지 않아 답답하다

마음 다잡고 책을 펼친다

쉽게 자신의 실체를 보여 주려고 하지 않는 그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어느새 솔솔 잠을 몰고 오는 마술사의 주문

몇 페이지 보지도 못하고

잠든다. 너와 찐한 교류로 우정을 나누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