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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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764회 작성일 17-07-15 14:43본문
파장罷場
초저녁 하늘에 씻나락 같은 별 뜨면
마당가 살구나무 두 뼘 위에 하루살이가 파먹어버린 초승달
파시된 오일장 장바닥에 꼬리잘린 발자국 눈알들이 굴러다니고
진물린 파장 상처마다 핏빛이다.
폐허처럼 쓸쓸한 오일장 뒷골목 대폿집 앞에서
가슴을 채로 썰며 아버지를 기다린다.
장바닥 뼈다귀들이 떠다니는 파장은 질퍽했던 오늘을 삼키고
또 하나의 신비로운 다음 장을 반죽하고 있다
무릎뼈가 무너져 내릴즘 술집 안쪽 풍경에 짜증 난 눈을 섞는다.
콘크리트 바닥에 몇 번 내동댕이친듯한 양은 주전자에
아버지가 매달려 있고
연탄불에 노릇노릇한 금풍셍이를 해부하고 있다.
초승달이 몰락할 때쯤 풋고추 냄새가 확 풍기는
아버지가 입을 흠치며 비틀걸음으로 나오면
청산리 벽계수야 상처 난 목소리에 사금파리가 성대를 긁는다.
아버지는 늘 잔잔한 세상 물결에도 부력을 잃고
주막거리를 거닐며 쓰러진 서당 훈장의 칼칼한 목청을 뽑는다.
댓글목록
한뉘님의 댓글
한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대의 아버지라는 이름앞에 놓인
숙연해지는 심해를 봅니다
현재든 과거이든 앞으로 미래의
모습이든 그 이름의 세상은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요
지금의 내 모습과 아들의 미래의 모습
다만 내가 걸어온 길을 걷지 않기를
바라는 부성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때론 훈장 같으시다가도 술 취하시면
아들이라는 든든함의 동지애로 가슴 속
얘기 못 할 마음들이 노래로 대신하는
가난해도 아버지의 부재만 아니라면
훗 날 되돌아 볼 추억은 아닐런지요
부슬거리는 비에 시장통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 그리운 날입니다
지금은 사라지신 그리운 분과 함께
비와 김인수 시인님의 시와
막걸리가 어울리는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인수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일장의 아기자기하고, 살가운 풍경들이
막을 내린 뒷골목에는 언제나 마지막을
연출하는 선술집의 무대가 다가 오지요.
아직 공연 중인 주연, 조연들이 뒤섞여
주전자를 돌리면 으레 한 곡조 튀어나오는데
'청산리 벽계수'는 좀 구식스럽고,
목포의 눈물쯤이라야 어울릴 듯싶습니다. ㅎㅎ
파장이 개장인 듯 아직 끝나지 않은 오일장의 마지막 풍경, 눈에 선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인수 시인님! *^^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풍의 힘이 높음을 져버리면서 생활고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배제하게 되어
은근하고 저속한 연민의 정서에서 나오는 생명의 활력이 생명체가 갖는 우수한 특별함에 못미치게 되었습니다
글의 활동 반경과 행동 양식 반경이 만드는 强의 힘이 모자라
굴곡의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생명의 모태가 되는 자기라는 힘의 자취가 강의 힘에 어지럽혀져
시의 순수성에 기여하는 어진 아름다움의 혼미가 감도는 검은 기운에 접속이
잘 되지 않아 순수함도 취약해져 순결성 마저 위태로와졌습니다
정진 기대합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뉘 시인님
추영탑 시인님
tang 시인님
부족한 글에 다녀가심 감사드립니다
오래전에 써둔 글입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청산리 벽계수야 ///
훈장의 목청
아버님을 기리는 아들의 절절한 심상입니다
다음 장을 반죽하는 무릎뼈
애틋한 초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학에 열정으로 쏟아낸 열매는
근처 젊은이들을 무료로 가르켜 주는 서당 훈장을 오래 하셨는데 어느 나이들어
공허가 찾아왔고
그후로 파장 술집을 가끔 가시면 시조 한가락을 퍼부었지요
설움처럼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김태운 시인님
은영숙님의 댓글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김인수 님
안녕 하셨습니까? 반갑고 반갑습니다 우리 시인님!
오랫만에 뵈옵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하늘나라 주님 궁에 가신 부친님의 발자취를 효성 지극한 시인님께서
그리움의 추억에 먹먹히 눈물 삼키는 시인님을 뵙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하시고 좋은 주말 되시옵소서
김인수 시인님!~~^^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은영숙 시인님
파장이 되면 십릿길 걸어가야 하는 아버지를 모시려 장바닥 술집 앞에서 얼마나 가달려야 했을까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잃고
그렇게 술로 허송세월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온몸으로 바라보았지요
나중 커서 생각하니 아버지가 짠하기도 하구요
오랜만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