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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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14회 작성일 17-07-20 10:28본문
불가촉천민
달걀을 훔쳐 팔았다고 죽도록 맞았다 꼭두새벽부터 손을 후후 불며 신문을 돌렸다 신간 만화 표지 앞에 서면 절마도 나처럼
왜 옴마가 없지? 생각 마, 조금새끼 몇 골목을 네모쳐 연필따먹기 하거나 떼굴떼굴 가풀막 계단으로, 첨벙첨벙 강구안 바닷
물로, 담부랑은 몽땅 조지나씨비나 소벤금지 눈만 떠면 개병쟁이 내지 오입쟁이 배라도 나가야 이노무 꼬라질 안 볼 텐데
이나 저나 끼리끼리 세상을 부어라 마셔라 울고웃는다
참 배울 것도 많아라 방안 구부는 게 화투장이요 동네 도는 게 욕지거리 걸핏하면 이놈 저놈 아니면 이년 저년 어쩌다 얼룩
말이 되면 총을 질질 끌거나, 왕창 모아놓고 새마을이 어떻고 선거가 저떻고 뻣뻣한 모가지, 그 목젖 너머 밀수한 동동구리미
가 쏟아져 나온다
뒤안 포구나무 익으면 삼동, 크고 작은 녀석들 우르르 떼지어 연을 날린다 수리당가리 높이 올라 초가도 스레트도 구분 말고
석류도 동백도 차별 말고 정월 대보름이 되어서야 안녕,
동피랑 꼭대기 서러운 것들, 어쨌든 행님 동숭 부를 때 아래 시장통엔 걸립(乞粒)하는 매구패가 캥캥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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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06님의 댓글
시엘0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 산문적 운율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데
그 리듬 사이사이마다 눈물이 튄다, 삶이 튄다.
이 정도면 강구안 독보적 시인의 탄생이라고 발표해도 되지 않을까.
바람과 파도와 어울어진 걸죽한, 과거의 뼈들을 이어붙여
한편의 풍경화를 선사하시네요. 최고!
초보운전대리님의 댓글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걸립하는 매구패
한때는 세상을 두드리면서 살아 보리라는 야무진 생각으로 십대초반 가출을 했다 둥둥거리는 소리 어렵프시 들리는 곳이면 재빠르게 달려갔지만 나에게 주어진 것은 구경꾼이라는 허당의 장단뿐이었지 주먹들의 어께에 이리저리 밀리고 시장 단속반에 또 밀리고 자꾸만 밀리는 매구패가 되어 이곳저곳을 걸립하면서 어금니 꽉 깨물고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들어 혼자만의 매구패 되어 덩실덩실 날 위로 했다
근 이십년을 걸립했다
아무리 흔들어도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멸시와 갑질들의 힘뿐, 영양실조로 기절했다
나는 을의 손바닥에 생긴 지문을 지우려고 수세미로 밀어 보았지만 발갛게 허문만 벗겨질 뿐 속살 속에 숨어 있는 지문의 원형을 벗겨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숨기면서 살아왔다
누군가 보면 힘든 나의 인생 매구패 한판마저 방해 받아 사라질 것같은 염려증에 시달리며 산다
확실한 장단을 익히지 못했다
엇박자로만 걸립하였기에
오늘도 그 엇박자에 내 몸을 맞기고 무작정 떠가는 난파당한 배처럼 절뚝이며 가고 있다
생의 매구패에는 흥겨운 소리와 박자와 춤사위가 어우러져 사방을 불러모아 하루를 걷게하고 있는데 난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구경만 하고 있네
활연님의 댓글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레알, 레알 최고죠.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없는 동안 육아빠 노릇을 하여 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한여름 울창한 녹음 지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