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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닦는 내 손짓엔 나의 십대와 이십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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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5회 작성일 21-04-12 23:29

본문

 

 

거울을 닦는 내 손짓엔 나의 십대와 이십대 그리고,

 

 

 

사십대가 훌쩍 넘어버린 거울을 닦는 내 손짓에는

실루엣만 비추도록 한다.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사십대처럼 보이도록만

내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남루해 보인다고

옷매무새를 쉽게 세우고 나서

거울이 나를 뒤쫓지 않도록 뒤집어 놓고 외출을 한다.

혹시나 하는 차원의 공간이 있을 지도 모르니

날씨의 농도는 늘 확인 한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기 연습을 꾸준히 한다.

내 삶의 기록들을 자꾸 찍어대는 쇼윈도를 피해서 빨리

걷는 연습도 필요하다.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사십대처럼 이야기 하려고 노력한다.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아도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앞이 보이도록만, 소리가 잘 들리도록 한다.

건널목 맞은편 한 소녀의 눈동자에

한가롭고 싶은 멜로디 몇 소절이 표정을 만든다.

그 표정을 외면하는 내가 건널목을 건너는 동안

오늘 하루의 오후는 나의 거울의 표피에 더 두껍게 쌓여간다.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반기는 건

영정사진으로 놓인 내 친구와 사십대 인지 오십대인지

모르는 나의 친구들 뿐

장례식장 화장실 거울에 걸린 나의 처음보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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