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따라 벌떼가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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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34회 작성일 23-12-06 14:49본문
이삿짐 따라 벌떼가 따라왔다
최 현덕
이삿짐이 도착하자
벌떼 소굴이 된 안마당은
안팎곱사등이처럼 잔뜩 굽어 있었다
장롱과 그녀는 봉고트럭에 기댄 채
벌 천지가 된 상황을 판독 하느라
퍼플하트의 자줏빛 훈장 같은
여왕벌을 예의 주시하다가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은 꽁꽁 얼고 말았다
가슴에 품고 있던 시간마저 탁란이 되었다
뇌전증 중증환자인 그녀가
초록의 땅을 주소서! 외쳤다
시작점과 끝점을 이으려는 비명소리에
날갯짓을 멈춘 여왕벌이 새집에 들고
이삿짐은 제집을 찾아
난수표같이 해독이 안 되던 안마당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갔다
여왕벌은 시작점의 날개를 펴고
그녀는 날아간 바람과 잃어버린 시간을 소환하여
초록의 땅에 붉은 깃발을 꽂았다
여왕벌은 알을 까기 시작했다
그녀는 초록의 땅을 일구었다
시작점과 끝점이 교차하는
‘이삿짐 따라 벌떼가 따라왔다’는
일 천 명이 등을 떠밀어야 넘을 수 있다는
천등고개 같은 희귀한 것이어서
그녀의 뇌전증은 초록빛에 물들어 갔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삿짐 따라 벌떼가 따라왔다' 논픽션입니다.
매경에 단편소설로 공모해 입상은 못했지만
아끼는 글이라서 싯귀를 달아봤습니다
한해가 기울어가네요
존경하는 문우님들 건행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