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92회 작성일 18-10-21 11:50

본문



백석의 시집을 펼치다가 불현듯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목소리 하나 책장의 오솔길 따라 걸어내려 왔다. 쉰 목소리에서는

흙빛 부토腐土의 향기가 났다. 여름이었다. 피 배인 책장에서 담쟁이 덩굴이 흘러 넘쳤다. 


책장을 넘기노라면 하늘까지 닿는 파도를 내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게 된다. 

펼치지 않은 책장이 있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 하나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전에도 날카로운 책장의 모서리에 손가락을 베인 적 있었다. 

그 목소리가 내게 다가와 책장 대신 나를 넘긴다. 열린 내 속이 비어 있을 리 없다. 하늘과 땅의 접점처럼 아득한 그는 

아직 펼쳐 지지 않은 책장 안에 한 줌 땀으로 있었다. 

  

나는 그 상처를 사랑했다고 기억한다. 내 발등에도 한참 무거운 것이 얹어져 있다. 책장에 달라붙은 청록빛 이파리들의 무거운 호흡법, 나를 이렇게 먼 길로 

옮겨 온 지독한 애厓 있었다. 발자국의 혈흔이 여기쯤에서 멎었을 텐데 하고 바람에 훼손된 책장을 펼치노라면,

형체를 잃어 가는 책장으로부터 활자가 떠나 갔다. 사람 하나 떠나간 그 무게만큼 바람이 고이지 못하고 눈부신 햇빛이 아사餓死하고 있는 

중이다, 


책장 안에 때 이른 침묵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름다운 사람 열고 들어가면 아름다운 소리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흙빛깔 쉰 목소리 하나

떡갈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작나무 피를 흘렸다. 살랑살랑 털 돋은 꼬리 흔드는 길. 칠월도 머지 않고 삭망朔望에는 바다에 닿는다. 

바람에 끝모서리가 찢겨 나간 책장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선 꿈에도 주홍빛 핏방울 하나 눈부시듯이 그런 목숨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그러므로 가장 예리한 가시 하나로 하늘 가까이에 돋아난 책장. 연이어 늘어선 담장이 담장을 황홀해 한다. 아름다운 소리로부터 아름다운 사람 하나 걸어나왔다. 아직 흐르는 피로 글자를 쓰고 또 글자를 그린다. 자궁子宮같은 책장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아름다운 초상肖像, 활자의 공백으로만 들려온다.


댓글목록

꿈길따라님의 댓글

profile_image 꿈길따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도현 교수는 한국시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인이라고 했지요
하여 "백석"의 생애를 담은 『백석 평전』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시인 백석의 일대기를 담아 낸 걸로 압니다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백석평전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입체적인 구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카로운 책장에 베인 시인님의 손가락 덕분에 백석을 꺼내보게  되고 백석을 음미하게 되고
백석의 흔적을 따라 그길을 가보게 됩니다. 시인님의 책장 뿐 아니라 제 마음의 책장에도
백석의 그리움 몇편 놓아보렵니다

Total 191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9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09-03
190
분꽃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9-04
189
어떤 독후감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10-25
18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9 12-07
187
詩人 댓글+ 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10-30
186
여름 댓글+ 1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09-13
18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9-12
184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12-09
183
비 오는 하루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11-15
182
밤비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12-24
18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1-04
18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1-21
179
정읍사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7-27
17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11-17
177
변산 동백 댓글+ 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12-10
176
풍경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0-26
175
사슴 II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11-10
17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01-02
173
낙엽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1-14
172
어느 시인에게 댓글+ 1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12-06
171
그림 댓글+ 1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11-28
17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11-16
16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10-18
168
井邑詞 댓글+ 1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09-23
16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10-19
166
연못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2-15
165
눈병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1-18
16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12-03
163
우산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10-20
16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8-19
16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9-07
160
가을비 댓글+ 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09-16
15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8 12-23
15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12-25
157
통영 댓글+ 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11-04
15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7-21
155
초봄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5 11-12
154
오얏꽃 댓글+ 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10-13
153
詩作 댓글+ 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09-11
15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0-22
151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3 10-08
15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12-05
149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10-19
148
가을江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0-17
14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9-25
14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0-16
14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1-22
14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10-23
14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10-24
14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4 11-25
열람중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10-21
140
댓글+ 1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12-04
139
실내악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11-05
13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9-21
137
가을밤 댓글+ 2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10-25
136
간이역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8-21
13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12-14
134
나타샤 댓글+ 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8-14
13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10-12
132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9-09
131
여름아침 댓글+ 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12-26
130
美人圖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12-02
129
목마와 숙녀 댓글+ 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0-29
128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0-07
127
토란잎 댓글+ 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0-26
126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11-20
125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9-26
124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11-27
123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7-31
122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0-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