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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5회 작성일 18-03-13 08:31

본문

비단거미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건너편 처마 밑을 관측하고 측량한다.

보유하고 있는 실타래의 양으로  

얼마만한 그물을 짜야할까 가늠하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 완공을 서두른다.

그네타기로 몸을 날려

처마 밑에 용접해놓고  

줄을 뽑아 타고 내려와

건너편 나뭇가지에 매어놓고

수없이 왕복하면서 그물을 짠다.  

-

공정이 끝나갈 무렵

준공심사관이 바람을 이끌고 와  

그물의 강도를 체크하고,

설계대로 되었는지 심사 한다.

-

준공이 떨어지고  

그물 한편 에서 쉬고 있을 때

먹이를 찾아 떠돌던 잠자리가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어 바동거린다.  

재빨리 달려 나와  

오랏줄로 결박하는 비단거미,

긴 다리가 4쌍  

다리 마디마디마다 야간 경찰봉처럼

노란빛이 빛난다.  

그 빛을 먹이로 오인하여  

함정에 빠져드는 곤충  

-

오늘도 발을 헛디디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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