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창작시의 향기

첫눈

성탄 전야

알록달록 포장지 속
누워있던 마리오네트처럼
첫눈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보푸라기 같은 날줄을 살짝 당겼더니
새끼손가락보다 짧고 가녀린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허리까지 내렸다가
마당에 쌓인 눈발도

젖은 하늘 위로 펄펄 날아올랐다가
뒤란 장독대에 살며시 앉았다가
놀란 손가락이 실올을 잡아당기자

마리오네트가 새하얀 날갯짓을 파닥거리며
우리 학교 전설이었던 진우네 담장 너머로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