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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祇園)의 자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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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3회 작성일 23-07-28 00:18

본문

기온(祇園)의 자매들


그때 무대의 막이 올랐다. 두 개 낯선 오브제처럼,

  

그러니까 한 소녀의 얼굴에 밝힌 하나미코지 낮은 담장들로 성스러운


젖은 표정, 그것이 메아리처럼 

다른 소녀로 하여금 기모노 안에서 

새하얀 나신이 미세한 동작의 춤을 이끌어 간다.   


차가운 물을

어깨 위에 뿌리며 

니시지 

니시지 

힘겹게 

사다리를 올라 


검은 나무판으로 방을 지었다. 소녀는 습자지처럼 가늘어졌다. 부풀어오른 달처럼 각혈을 한다. 투명한 유리판으로 


무거운 기온의 밤을 지탱한다. 손톱만한 박쥐가 날아들어 소녀의 옷소매 위에 앉았다.  


다시 실오라기처럼 가느다란 

처연한 샤미센 소리 울린다.

점점 더 무거워진 어둠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돌다리 아래를 또르르 굴러가는 맑은 물줄기들  

텅 빈 나무 속을 돌고 돌아온 밤이 질그릇을 두드린다. 소녀의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짓이  

소녀의 표정이 나 아닌 

그 너머를 보듯이 

무대 위에서 두 소녀들이


하나로 겹쳐졌다가 

두 실루엣으로 

다시 분리되었다가  


히치리키 소리

정적과 하나로 겹쳤다가 

부르르 떨림에 깃든 

애절함으로


정적과 분리되었다가    


두 명 소녀는 

오동통한 뺨에 복숭아빛 홍조가 깃든 소녀와 

귀밑머리가 자꾸 보조개 패인 웃음을 짓는 소녀는

무대 위 호올로 여운의 흐름 타고 

다시 하나로 겹쳐지며 서로의 혀를

핥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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