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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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 권
정민기
바다 한 권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람이 읽는 손길에
파도로 자꾸만 펄럭거리는 페이지
수평선을 바라보며 휘파람 불던 시절,
바위 절벽은
파도에 낡아 가는 것 같다
하늘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구름
날개를 철썩거리며 날아오르는
저 갈매기의 뒷모습을 그저 보고 있다
낮달은 졸린 듯 가만히 떠 있고
읽다 만 페이지에
조업하는 어선 한가롭기만 한데
오래되어 저무는 바다
낚아 올려진 마음의 양식이 물든다
정민기
바다 한 권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람이 읽는 손길에
파도로 자꾸만 펄럭거리는 페이지
수평선을 바라보며 휘파람 불던 시절,
바위 절벽은
파도에 낡아 가는 것 같다
하늘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구름
날개를 철썩거리며 날아오르는
저 갈매기의 뒷모습을 그저 보고 있다
낮달은 졸린 듯 가만히 떠 있고
읽다 만 페이지에
조업하는 어선 한가롭기만 한데
오래되어 저무는 바다
낚아 올려진 마음의 양식이 물든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바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본다는 것은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선
이런 시적 감흥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태생적으로 바다는 매순간
한 패이지인 것을 본 것입니다.
멋진 시어이자 아름다운 발견입니다.
정민기09 시인님!
정민기09님의 댓글의 댓글

기쁜 하루 보내세요.
탱크님의 댓글

한 권의 책이 바람에 펄럭여 파도처럼 춤추네요. 어느 글귀가 쓰인 장이 바람에 나붓기는지 눈앞을 떠도는데 바닷가에 발 담그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된 듯한 기분이네요. 좋은 비유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