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앉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식탁에 앉아
밀가루 소시지를 아시나요
후배 녀석은 추억의 소시지라고 부르더군요
소시지가 추억이라니,
식탁에 앉은 큰아들이 고갤 가로젓습니다
4 교시 종이 울리면 부리나케 친구 몇이 교실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녹슨 수도꼭지를 엄지와 검지로 말아 거머쥔 채
등짝에 붙은 어머니 젖을 힘껏 빨아 넘기듯 목젖으로 꾹꾹 삼켰습니다
배고픔은 우리에게 아픈 상처는 아니었어요
뭐랄까요,
친구에게 절대 들켜서는 안 될 대지비만하게 뚫린 지린 속옷 같은 것이었죠
내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꿈에서도 본 적 없는 보릿고개를 말씀하셨죠
한 톨의 밥알이 밥그릇에 파리처럼 착 달라붙은 날이면
파리채 보다 큰 아버지의 손바닥이 마술사처럼 제 얼굴로 별무리를 그립니다
그 붉게 달아오른 별똥별의 궤적을 따라 걸어가면
지난밤 꿈속의 하늘호수에서 내 속울음처럼 찰방거리던
동그란 밀가루 소시지가 달빛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내 유년의 그림일기 속 어떤 날의 풍경을 장만한 아내가
늦은 저녁을 데웁니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학생때 소시지가 먹고싶어
찬구녀석이랑 긴 밀가루 소시지를 둘이
나누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집에는 퇴근하셨는지요 ㅎㅎ
아니면 올밤?
잘 감상하고 가옵니다
입춘이라 하여도 칼바람이오니 감기 조심하세요
콩트님의 댓글

네,
오늘 저녁 끼니를 때울 땟거리는 장만하고 왔습니다 ㅎㅎ
저녁은 드셨는지요?
시인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고
늘 부족한 저의 글을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시고요
^^,
레르님의 댓글

그릇에 붙어 수분이 말라버린
밥풀떼기같은 그런 하루였는데...
콩트님 글을 보니 그런날들도 있었지 하며
계란후라이 하나에 이거저거 썩어 색키~~색키하며 흔들어 제끼든
웃음이 끊어지지 않던 아이하나 발견합니다...ㅎㅎ...
그냥 지금은 심지있는 곤로에 소풀 찌짐하나 먹고 싶은 밤입니다
엊그제부터 과거로 비행하는 시간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건필하세요~~
콩트님의 댓글

우리는 각자
모양과 색깔이 다른 옷을 입고 살아가지만
서로가 이 좁은 해안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옹기종기 모여 부대끼며 살아가나 봅니다
들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레르 시인님,
휴일 잘 보내세요
삼생이님의 댓글

정말 좋은 시입니다. 훌륭합니다. 다만 이 시가 수작이 되려면
뺄 것은 빼고 감동의 깊이를 더할 수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는 머지 않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인의 탄생이 눈앞에 있습니다.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