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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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니 너나들이 봄타령 들이다
봄이라는 것 이제사 왔느냐고 앙팡지게 멱살을 틀어쥐고 흔들어대니
사레라도 들렸는지 딸꾹거리며
큰 개불알꽃이 작년에 삼켰던 씨앗들을 마구 토해낸다
꽃마다 포도시 품고 있던 봄을
너무 급하게 삼키더니 급체를 했나 보다
걔 와 봤자다
괜히 우물가 빨래하는 순이년 햇 복숭아 닮은 가슴 언저리에
명자꽃처럼 달볼그레 꽃물만 들게 하지
약간 맛이 간 돌개바람에 화들짝 놀라
낙화암 삼천궁녀처럼 몸을 던지는 눈물겨운 꽃잎이고 뭐고 간에
매미도 울기전 냅다 나 몰라라 야반도주해 버리는
겨우내 문밖출입을 봉인하여
면벽수행에 들어간 노쇠한 기침
동안거가 풀렸는지 봄바람 부는 툇마루로 자리를 옮겨 쿨럭쿨럭 한다던가
꽃사과처럼 눈알 뻘게진 수캐 놈
털 덜 빠진 궁둥이 탱탱 튕겨가며 흘레질이나 하려 드는
봄이란 그런 거다
쭈뼛쭈뼛 아직 이파리도 풀지 않은 매화나무
뭐 가 급한지 꽃먼저 올리라고 우듬지에 속닥속닥 풀무질을 하더니만
거봐라
옆집 사내놈처럼 은근짝 속삭이는 귓바람 같은 꼬드김에
결국 배까지 부풀어 올라
아직 울지도 않는 두견새 알만 한 것들을 천연덕스레 대롱대롱 매달아 안고
깔깔깔 웃으며 봄바람에 흔들어대는
봄이란 원래 그런 거다
댓글목록
레르님의 댓글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걸어온 길을 묻는 책이 있다면
분명 님의 시집이 아닐까 하는...ㅎㅎ...
정말로 현실이 불안정을 벗고
사색이 걱정이 아닌 삶의 여유로 다가올 때
필히 제 손엔 님의 시가 있을것입니다
건필하세요~~
다섯별님의 댓글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레르 시인님
뼈깍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괴롭고, 피를토하고 는
다른 시인님들이 하도 벗겨먹으셔서
전 쓸게 없어 詩가 저 모양입니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