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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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연가들이 무슨 죄라도 지은 쪽쟁이처럼
지린내 나는 구석진 곳에 파리떼들처럼 모여
알라딘의 요술램프 뚜껑이 열려 소원이라도 빌어 보라는 듯
모락모락 구름연기를 피워 올린다
그럴듯한 구름과자도 구워내고 뻐금거리는 붕어 주둥아리 형상으로
볼때기를 톡톡 치면서
혓바닥을 뱀처럼 날름거려 도넛도 여러 개 만들어 올린다
참 재주도 동춘 서커스의 마술사 같다
"도라지" 연초가 타 들어가는 냄새에는
고향산골에서 돌돌 말린 햇 고사리나 산도라지를 캐 학자금을 보내주시던
늙은 노모의 구수한 손냄새가
"화랑"을 피울때면 신라 관창이 애마를 채찍질해 황산벌을 달리던 피 끊는 전사의 냄새가
"청자"는 고려의 도도한 비색의 도자기를 빚어내던 도공들의 땀냄새가
흠뻑 배어있다
전자담배는 외세냄새가 진하게 배어 자물쇠정치의 대가 대원군의 후손인 나에게는
진정한 애연가 대열에서 전자담배는 안쳐준다
"장미"를 피우다 보니 문득 헤어진 첫사랑의 이름이 장미였던가?
짧아지는 담배꽁초에 서서히 뜨거워지는 입술이 그녀의 혀를 닮아
장미 향과는 영영 이별이라는 심정으로
독하게 마음먹고 끊은것이 아니고 바다건너의 절해고도 "마라도"로 갈아탔다
삼백 원짜리 "파고다"는 뚝뚝 떨어지는 담뱃재가
원각사지 십 층 석탑에 불을 질러 문화재 한 점을 무너뜨리는 것 같아
피울 때마다 속죄하는 심정으로 관세음보살님을 찾았다
나 이제 이 염병할 "디스(THIS)때문에 담배 끊기로 했다
한 개피 얻어피려는 노랭이들에게 디스를 해 담뱃불로 지지는듯한 마음의 상처를 안길 것 같아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담배도 못 피우는
사람은 한 백만원쯤
챙겨서 들고
맛있는것 먹으러
놀러가도
되겠죠
다섯별님의 댓글

아~ 부럽습니다 피플맨66 시인님
하등 도움이 안되는걸 끊기가 왜그리 힘들던지요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님의 댓글

제가 뜨끔합니다. 시인님^^
그래도 지금은 금연에 성공하셨으니 축하를 드립니다. ㅎ
건강하시고요,
시인님의 시를 이곳에서
오래오래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다섯별님의 댓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
그 좋은걸 끊고 싶어서 끊었겠습니까?
심장 이식을 하는바람에 어쩔수 없이 ㅋㅋㅋ
즐거운 저녘 되시어요. 콩트 시인님
레르님의 댓글

ㅠ.ㅠ
글 읽다 나도 금연을 해야하나 마나 생각하다
심장이식이라하여 뜨끔하기도 하고
이런 고통마저 이렇게 위트로 얘기하시나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난장판에 지금
담배 역사 판매량으로 길이남을 에쎄하나 물고 쓰고 있습니다...ㅋㅋ...
빠른 쾌유와 유쾌한 재치 잃지마시길 기원하며
-두어달 도반 레르 쓰다=
다섯별님의 댓글

심장이식한것이 굳이 담배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ㅋㅋ 안그랬으면 계속 피웠겠지요
몸만 괜찮으시면 계속 go ㅎㅎㅎ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레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