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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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심은 체리나무의 그늘이 무겁다
바람의 머리를 빗질하는 가지에서 탁한 음이 부푼다
바람의 유희에 익숙한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은하의 강에 다리를 놓기 위해 푸른 힘줄을 남모르게 늘였다
낮과 밤이 쪼개진 틈새에서 사하라의 열꽃이 돋는다
잠들지 않는 잎사귀의 비브라토,
조바심 난 체리나무의 신열이다
꿈속의 난간을 휘감은 시간의 뿌리가 전단지처럼 뿌려질 나뭇가지를
바람의 기억으로 분절한다
나무에서 흘러내린 그림자의 서사에 문자를 입히기까지 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말문을 열었다
또 하나의 계절을 건너기전에 그림자의 내벽에 숨은 가지의 이력을 재단할 때를 생각했다
파란 입속에 고인 울음을 자른다
그림자가 수리되는 오후,
관절마다 쑤신 방랑의 무늬가 사선으로 떨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가지치기 당했던 사람들 참 많이 아팠겠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꿈틀거리는 시어를 끌어내 연금술사처럼
시를 짓는 깊은 진동이 놀라운 시적 상상력입니다.
좋은 소식 응원합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힐링링님의 댓글

파란 입속에 고인 울음을 자른다
그림자가 수리되는 오후
이 시의 핵심이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시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가 잎이자 가지인데
중요한 잎과 가지만 남겨 놓고 전지 당하는
이 앞에서
존재의 상실감이란 얼마나 큰 가를
다시금 증명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전지 당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면
한 잎새인 생들 한 가지인 생들
처절함의 울음으로 견디어내야 하는 순간을
상상해 봅니다.
이것을 주도 면밀하게 포착해 내어
더 완결한 미학으로 풀어내어 우리에게 선 보이는
이 한 폭의 그림은 수고로움의 축적인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탱크님의 댓글

난간을 휘감은 시간의 뿌리 라는 시어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뿌리에 관심이 많은데요 시간의 뿌리라 하시니 많은 생각을 기울이게 합니다. 시를 짓는데 많은 시간의 강이 흘렀습니다. 우리 모두 인생이란 시를 쓰고 있겠지요.그 거대한 시간의 뿌리를 재단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도 시인님도요 더 많은 시들을 남겨주세요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최현덕 시인님
힐링 시인님
탱크시인님,
여러가지로 부족한 글인데 좋은 말씀을 얹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오늘은 바람이 차갑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글 많이 빚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3연, 마지막 연 표현이 참 좋네요.
이런 좋은 시를 공짜로 감상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누추한 집에 방문하고
흔적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tang님의 댓글

공간 분할력이 영적 활로를 열어 사물의 팽창력을 환호롭게 하였습니다
빛의 팽창력에 대응되는 거대하고 원대한 야망이 이채롭습니다
관념의 아성에 순응하는 영적 소탈함의 안온감이 높게 날고 싶을 때 환희로 답할 날 기대합니다
안산님의 댓글

며칠 전에 우주영화의 걸작이라는 인터스텔라 를 보았습니다.
불랙홀 중력 상대성 이론 등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사를 들으면서
태양계를 넘어 또다른 우주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경험해 보았지요. 수퍼스톤 시인님의 시를 읽으니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체리나무 한 그루의 가지에도 태양계를 초월한 우주의 힘이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지치기는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것을 인생의 한 도정으로 연결하는 시의 마지막 헹이 감동적입니다.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수퍼스톰 시인님의 깊은 시 잘 읽었습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tang 시인님,
제가 사고의 폭이 깊지 않아 시인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으나
좋은 말씀을 주신 것으로 이해하고 감사드립니다.
안산시인님,
이제 건강은 회복되셨는지요.
저도 나이를 들어가니까 지난해 12월 건강 검진에서 고혈압과 당뇨 경고를 받았습니다.
세월 앞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자식 교육과 가정을 책임져야 할 한참 때 권고 사직, 명예퇴직을 강요 받으면 얼마나 막막할까요.
회사가 잘 돌아갈 때는 문제가 없지만
자금난으로 경영이 어려울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인원감축이지요
회사를 위해 아무리 열심히 일했어도 회사가 살려면 냉정하게 내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