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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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색(思索)의 공간ㅡ( 시(詩) 수리공)
봄꽃 필 무렵
詩 수리공이 보리밭에 있다
공구함에서
쓰다만 시의 소재를 뒤적거린다
수리공이 공구함에서 시 하나를 꺼내들고 보리밭을 걷는다
보리밭 사이로
보리밭 사이로
어제 잘못 쓴 장시(長詩)를 짧게 수리하러 가는 수리공
수리공이 보리밭에서 언제 돌아갔는지는 모른다
훤한 달빛 저녁에 보리밭 물결에 흔들리는 시만 남았다
향시(向時)처럼
오늘 또 시를 몇 줄만 두고 간 수리공
그리운 이에게 밟혀서 더욱 힘세진 보리들이 달빛 아래 펼쳐진
수리공의 시를 읽는다
시인의 사념, 일테면 시인이 끌고 온 흐르는 생각은 시에서 시간의 소재다
시인의 실제나 시인이 임의로 세운 직관의 공간은 시에서 공간의 소재다
하여 시는 시인이 설정한 시간과 공간이 겹치는 시공의 흐름이다
수리공은
보리밭을 지나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분리하고
단어를 묶고 문장을 추린다
보리밭은 점점 완성된 시를 밖으로 드러내고 보리밭이란 공간은 수리공을 안으로 감춘다
수리한 시가 이제 과거의 시공간에 묶였으므로
시 수리공은 손을 털고 돌아가고 시는 시인과 떨어져 시인의 자취로서
보리밭 그곳에 남아있다
그때 수리공과 동일인인 시인은 자기가 완성한 시와 함께 머물 수 없고
완성된 시를 다른 시공의 흐름과 장소로 옮겨 놓을 수 없다
삶도, 시도 시공에서 변함이 없는 것 같지만 늘 수리공에 의해
변화되는 수리공과 함께 변화하는 시공간에 다시 쓰여진다
댓글목록
풀섬님의 댓글

보리밭이 멋있게 보입니다
동네에 보리밥에 청국장 하는데가
있습니다
장시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泉水님의 댓글

어릴 적에는 들에 나가 보리밟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럴 일은 없지요
수확하기 전에 소나 염소 같은 동물들의 사료로 베어내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