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생이 시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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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생이 시인께
내가 당신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신의 거죽이 북극여우의 보드라운 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신도 나의 경계를 기웃거리는 한 마리 들짐승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시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신도 찢어진 나의 살갗처럼 붉디붉은 혈육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동지여
정월의 출근길에는 동백의 시취가 검붉게 코를 찌릅니다
회오리를 안은 귀 잘린 아이처럼
망고꽃을 든 타히티의 두 여인처럼
사람들은 비극을 열망하지만
나는 길거리 좌판의 나비핀을 기웃거립니다
날개는 압핀으로 고정되었지만
저 비린내 나는 해운대 밤바다를 향해
등댓불처럼 노랗게, 빨갛게,
까마득히 노를 저어 갑니다
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님은 분노가 있어야 이렇듯 시를 잘 쓰시는 가 봅니다.
정말 훌륭한 시 입니다.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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