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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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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7회 작성일 23-01-08 11:35

본문

사그라다 파밀리아 



붉은 모래바람이 가시처럼 옷섶을 파고드는 언덕


하느님의 집에 한 비구比丘가 살고 있었다  


사목관 뒤란에 하늘의 대들보를 받치고 있는 바지랑대엔 


낡은 속옷과 걸레가 겨울햇살처럼 반짝거렸다 


포도주가 익어가는 목자의 방에는 


만년을 살아온 후박나무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초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행지실 같은 문틈사이로 저승을 다녀온 사람들이 


겨울바람에 발걸음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두손 모은 관음상이 나를 보며 향기롭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순간,


가난처럼 맑게 빛나는 윤슬을 따라 박새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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