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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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가 주름잡던 것은 비단금침을 뽑아내기 위한
화려한 용트림이었고
동백이 통꽃으로 지는 것은 붉은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제는 주름잡고 폼을 잴 것도 없고
더는 나락으로 떨어질 사유도 못 찾겠어 퇴역한 노병들처럼
옹기종기 포장마차 위에 쪼그려 앉아있다
이곳에서도 인기몰이하는 안주는 따로 있어
이 젓가락 저 젓가락 희롱만 당하다 마음만 통하면 거저 퍼주는 애물단지
새벽기운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섬뜩한 날이 섰다
뽑기 장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온몸으로 몸부림치는 자벌레보다 무거웠고
새벽안개는 오늘 하루를 암시하듯 불투명하다
사형수를 호명하는듯한 저 손가락 지적질
그들만이 갖고 있는 특권의 편린이었을까
그나마 외면해버린 서글픔
작은 속 울음마저 메말라버린 늙은 번데기는
부서지는 별빛을 비수처럼 등에 꽂고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物物盡如此
獨笑無人知
날씨가 조금 누그러졌다고 하나
아직은 추운 겨울입니다.
해가 바뀌면 곧 봄이 오겠지요....
올려주신 시, 잘 감상했습니다.
강녕하시길 빕니다. 시인님,
다섯별님의 댓글

귀한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콩트 시인님
연말 즐겁게 마무리하시옵고 강건하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