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구멍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단추구멍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60회 작성일 22-12-23 00:34

본문

단추구멍 




내 옷에는 불필요한 단추구멍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고양이는 

이 단추구멍들을 통해 세상을 보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 고양이의 수염을 따라 전류가 흐릅니다. 진홍빛 금붕어들이 물밖에 나와 팔딱거립니다. 금붕어 망막 안에는 더 작은 치어(稚魚)들이 무리져 헤엄쳐 다닙니다. 나는 단추구멍을 통과하여 내 유년시절이 둥그런 유리항아리를 이룬 오후로 들어갑니다. 내 등이 서서히 굽습니다. 말기암을 닮은 테이블이 있습니다. 우리집 고양이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새하얀 벽지 위에 예리하게 새겨진 말기암을 읽고 있습니다. 바닐라 라떼의 향기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집 시계가 서버렸군요. 얼굴이 온통 시큼한 레몬크림 투성이입니다. 시침이 분침으로부터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시침과 분침 사이에 몇개의 계절이 흘러갑니다. 고양이와 나는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습니다. 내 눈동자도 저렇게 샛노란 빛깔이고 중심에 빙 빙 돌아가는 우주가 있고 검은 석관으로 그 중심을 단단히 닫았을까요? 당신은 천 겹이나 되는 서로 다른 감촉의 고통들로, 씻겨지고 또 씻겨진 근친상간의 한 페이지가 맞습니까? 에곤 실레의 절규를 타고 묘안석(猫眼石)으로 만든 나선계단을 높이 올라갑니다. 에곤 실레의 누이가 다리를 벌리고, 나를 향해 오줌줄기를 힘차게 쏘아 올립니다. 더 오를수록, 공허한 우주의 소리가 내 귓속에 모여듭니다. 생명의 나무 위에 박힌 단추구멍들을 하나 하나 호흡해 보는 것입니다. 좁지만 길게 벌어진 상처 속으로 거대한 단추 하나가 또 들어갑니다. 채워지지 않는 꽃병 하나에 죽음 하나씩, 그러니까 내 고립된 방 안에는 지금 아홉개의 꽃병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셈입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할 일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왜 못해 봤는지 쩝~
순간포착 하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코렐리 시인님.

Total 37,806건 114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9896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12-25
2989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12-25
2989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12-25
2989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12-25
29892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12-24
29891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12-24
2989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2-24
29889 야생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2-23
29888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12-23
29887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12-23
29886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6 12-23
29885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7 12-23
29884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9 12-23
29883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12-23
29882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2-23
29881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12-23
29880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12-23
29879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12-23
29878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12-23
29877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12-23
2987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2-23
29875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2 12-23
2987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2-23
열람중
단추구멍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2-23
29872 세상 관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 12-22
2987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2-22
2987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4 12-22
29869
얼어죽을 댓글+ 2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12-22
29868
가라앉은 달 댓글+ 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12-22
29867
통조림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12-22
29866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1 12-22
29865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12-22
2986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7 12-22
2986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12-22
29862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2-21
29861
20. 댓글+ 1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2-21
29860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3 12-21
2985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3 12-21
29858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12-21
29857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12-21
29856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12-21
2985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9 12-20
29854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8 12-20
2985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2-20
29852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12-20
29851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12-20
29850
영혼의 외투 댓글+ 1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12-20
29849
19. 댓글+ 1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12-19
29848
소유권 댓글+ 2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12-19
29847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12-19
29846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5 12-19
2984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12-19
29844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1 12-19
29843
겨울 나그네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12-19
29842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12-18
29841
주인공 댓글+ 1
雜想人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12-18
29840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12-18
2983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12-18
29838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7 12-18
29837
겨울의 틈새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12-18
29836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5 12-17
29835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12-17
2983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2-17
2983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12-17
2983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12-17
2983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2-17
2983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12-17
29829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12-16
29828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12-16
29827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12-1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