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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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가슴 깃에 유언처럼 붙들고 살던 검버섯들
가을 햇살에 그만 툭하고 갈라져
반편이가 되고 말았다
광목이 갈빛으로 홍엽 휘날리는 침상 사이로
칸칸이 내려다보이는 직벽에 선다
한 알 한 알
저인망底引網으로 바닥을 훑으며 살아온 내 어머니
쭈글쭈글한 낯빛이 사춘기 소녀의 초경으로 빗발치고 있었다
창가에는 그 해 여름날 해변가를 산책하던 남서풍도 이젠 부재중이었다
세월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폐허에는
벌겋게 진물 오른 발목들이 선뜻하게 간격을 벌리고
늙은 안주인을 기다리는 바지랑대엔
꽃무늬 팬티가 삭풍에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바람 불어오는 물녘에 앉아 바스락거리는 불치의 계절을 앓는다
입안으로 시굼한 과즙이 오래된 울음으로 차오른다
댓글목록
다섯별님의 댓글

잘익은 석류의 깊은맛에 취하여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고수님
콩트님의 댓글

과찬이십니다.
부족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