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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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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0회 작성일 22-11-01 17:09

본문



술 마시는 밤 


취한 세상에서 몸 가누지 못해
꿈에서만 말짱한 정신.
망가진 몸에는 술이 독(毒)이라는데,

저승으로 가던 달빛이
차마 발걸음 떼지 못하고
깊은 하늘에 주저 앉는다.

그 달빛에
나를 헹구니,
눈물 빛 앞서는 이승의 사랑.

소롯한 어둠 깃든
아슴한 추억의 언저리에
고요히 새겨지는 가버린 날들.

빈 가슴 가득
외로운 순간마다,
잘못 길든 삶의 아픔 부여안고
남몰래 숨겨 타오르는 그리움.

어둠 너머 사라지는 먼 소망,
다시 품 안에 세상을 간직할 수 있을까.

취한 세상에서 몸 가누지 못해
꿈에서만 말짱한 정신.
망가진 몸에는 술이 독(毒)이라는데,

                                                      - 희선,




늦은 밤 차가운 인도 위에 누군가 주저앉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종종 걸음으로 움직이는데 그 사람만 너무나 느긋하게

그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있어요 조금 취한 모양이에요.

한 손에는 푸른 소주병을 들었습니다.

눈 높이보다 더 높이 소주병을 치켜들고요.

한 눈을 지그시 감고 또 다른 한 눈은 그 소주병을 통해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쪽을 저도 슬쩍 쳐다 봤습니다.


거기 달이 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정말 달을 보고 있었던 걸까요?

왜 그곳에서 그 시간에 그렇게 앉아서 푸른 소주병에 걸린 달을 보고 있었던 걸까요.

 

사실은요...

그 순간 저도 그 푸른 술병에 걸린 달은 어떤 모습인지 문득 보고 싶었습니다.



정은임(鄭恩任, 1968년 10월 13일 ~ 2004년 8월 4일) FM 영화음악 中 에서..

 'Because' _ Elliott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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