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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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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8회 작성일 22-10-10 15:12

본문

편의점의 추억



1.
그녀의 뒷골목 편의점은 나의 아지트다
퇴근 후 컵라면에 맥주 한 잔은
유일한 나의  즐거움이자
그녀가 나의 잘생긴 얼굴을 훔쳐보는
유일한 촌각의 취미
그런 어느 날 편의점이 경영부실로
문을 닫게 되었다
그녀는 졸지에 실업자가 되었다며
내게 하소연했고
우리는 카페에서 밤새도록 이별주를
마셨다
술에 취한 그녀는 점점 노골적으로
나의 심장을 파헤쳤다
"돈도 많고 잘생긴 분이
왜 혼자 사시나여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여
사랑하는데 나이 차가 무슨 소용인가여"
사실 그녀의 나이는 스무 살
나하곤 삼십몇 년의 나이 차를 극복해야만
했다
그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술에 만취한 나의 그곳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몹시 실망한 듯
"역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하며 잠들고 말았다

2.
시청 앞 2번 출구 별빛 여관의 문을 열자
새벽 골목에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카오 택시가 겨울 한기를 뚫고
쏜살같이 우리 곁을 달려왔다
나는 그녀에게 마지막 이별 키스 대신
오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던져 주었다

3.
시청 앞 지하철 입구에도 첫눈이 내려오고
있었다
다음번에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약속 한 줌도
첫눈을 밟고 사박사박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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