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 서점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서점에서
요즘도
따스한 체온의 육필(肉筆)로
편지나 일기, 혹은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먼지 쌓인 낡은 그리움들이
아직도 서가(書架)에 남아 있으니
애써 힘들게 찾아보면,
어딘가엔 있을 거라 생각해
빛바랜 추억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겨자씨만한 사랑만 남아도,
이 세상은 끝까지 따뜻할 거야
그러니 괜한 슬픔 같은 건
자초(自招)하지 말 것, 이라고
짐짓 느긋하게 말한다면
순진한 걸까
또는 멍청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잔뜩 그리움에의 오기(傲氣)만 남은 걸까
이 창백한 시대에 바짝 악만 남은 걸까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
지치고 고단한 영혼을
어디 한 구석
편하게 내려놓지 못하는데
왜?
피차 서로 속을까 두려워서,
속절없이 영혼 다칠까 지레 겁이 나서
말이야
서점에 즐비하게 진열된
사랑을 말하는 수 많은 책들처럼
한 번 팔고 나면 그만인,
표정이 온통 느끼하기만 한 것들
요즘 누가 그런 책을 산다고
요즘 누가
한 번 말하면 그만인, 사랑을
바보처럼
가슴에 소중하게 품는다고
- 희선,
댓글목록
탄무誕无님의 댓글

님의 입술에서 신의 귀까지
천부당만부당
현 세태를 바로 째비는(꼬집은)
맞는 말씀이십니다.
완전 1에서 9까지 다 맞는 말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그 어느 날,
간만에 서점에 들렸다가
품은 소회 같은 것..
서가에 빼곡히 진열된 책들마다
비명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 제발 저 좀 사주세요'
특히 시집 코너의 책들이
비명, 아니..거의 절규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