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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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에는
나의 눈에는 어머니가 담겨 있다 나는 저 엄마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은 내게 한 잔의 어둠을 마시도록 만들지만 퀭한 눈빛의 나의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건너왔으며 또 얼마나 많은 고독을 깎으며 보냈을까 손은 합장하며 이 악물고 대문 밖을 보면서 다만, 오가는 버스만 바라보았을 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지러운 생각들 아직도 벗지 못한 다 젖은 옷소매와 바지, 헝겊은 많아도 걸레는 빈약한 방을 이해할 수 없는 밥그릇과 아직도 내려다보는 찢은 저 천장 벽지 언젠가 저 속에서 지네가 떨어졌다며 멀 꾸러미 얘기하셨던 어머니, 장구와 흰 장구채 다 찌그러져 가는 침대와 사시사철 그대로인 이불을 보고 창백한 입술과 주름은 일생을 다한 속도로 방안에 남아 있었다 지갑엔 마지막 여비로 남겨둔 채비와 먼저 가신 아버지 영정을 안으며 죽지 못한 삶을 이 여름에 퍽 스러지면서도 또 울컥거리는 어머니 한 시도 입을 다물지 않으시며 어디에다가 무엇을 얘기하시는지 옆에 누군가 있기라도 하면 중얼중얼 염불을 외며 귀를 뜯기만 했다 그런 어머니 옆에 고이 앉아 아무 말도 못 하고 거저 읽은 듯 아닌 듯 앉은 아들이 있었다 곤한 하루를 접고 다만 죽고 싶어 나는 문을 당기며 함께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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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늦은 오후에 빗발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빗질을 하는데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 얼굴이 떠올라 잠시 통화를 하였습니다. 중풍으로 인한 구음장애로 어눌한 발음으로 힘겹게 나는 아픈데 없다, 니는 잘 있나, 밥은 뭇나, 아ㅡ들은 잘 있제, 등등, 형수가 근무하는 병원에 계시긴 하지만 사지 멀쩡한 자식 놈이 얼굴도 자주 뵙질 못하니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바쁘다는 핑계 접어두고 어머니 뵈러 가야겠습니다.
;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마음,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만, 언젠가 세월이 흐른 후 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는 우리 자식들이 지금 이 순간, 제 마음이 아니길 그저 바라고 바랄 뿐입니다. 힘 내세요!, 숭오 시인님(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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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 시집『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02)
崇烏님의 댓글

아! 순간 눈물이 울컥 거렸습니다. 순간 소주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너무 죄스러워 올릴까 말까 고민 참 많이 했는데, 이렇게 북돋워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괜한 감동 일어납니다요..어무이 생각하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식 말 좀 듣고 하면 좋으련만, 말이라고는
죽으라고 듣지 않으시니, 병원에 가도 그렇고 집에 계셔도 그렇고
동생들 다녀가 보살피고 저도 자주 가뵈어도 또 돌아서면 뭐가 그리
답답하신지, 말문이 막힙니다. 오늘도 한 시간 이상 통화를 가졌네요.
아버지 어머니 보고나면, 저 미래가 다 보이더군요. 몸이 망가지면,
더더욱 힘든 세월일텐데....참 뭐라 말이 안나옵니다.
심순덕 시인님 시에 또 감동을 받네요. 콩트 시인님....
이 밤 따뜻하소서...마음 따뜻하게
묻어온 하룹니다. 감사합니다. 콩트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