暴風이 오는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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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오는 시간에 -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한 떼의 사자무리가 들소를 사냥하였다 산 채로 뜯어 먹히는 들소의 처절한 비명 소리 그곳엔 선도 악도 아름다움도 추함도 없다 다만, 끊어지는 들소의 생명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사자의 생명만 있을 뿐 -
흐린 잿빛 하늘이 거무스름한 구름을 빚어 폭풍을 몰고 온다 이따금 물 머금은 천둥소리는 망각(忘却)으로 아물은 사지(四肢)의 흐느낌을 차가운 형상의 두개골에 쪼아 넣어 싸늘한 생존의 시간임을 일깨운다 이제, 눈동자를 스치던 뇌우(雷雨)가 창백한 영혼이 숨어있던 언덕을 가로질러 건조했던 삶의 대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내면, 멀리 바라다 보이는 초록색 바위 위에서 생명의 흔적을 무지개로 수 놓아 끌고 가는 쇠사슬 소리를, 그 하염없는 육체의 소음(騷音)을, 윤회의 고통마저 사면된 영혼의 안식처에 깊이 묻어버릴 것이니 정녕코 폭풍이 오는 이 시간만큼은 준비된 초라한 무덤에 보드랍게 입맞추는 명백한 숨죽임이어라 아득히 걸어온 삶의 발자국 위에서 무성히 자라난 잡초들이 성급히 몸을 떤다 다가오는 바람 소리에 어쩔 수 없는 경련으로, - 인간은 어떤 면에서는 눈물진 것이다 최소한 神보다는 본능에 솔직한 영혼을 지녔다는 점에서 -
- 희선, Earth from Above La Genese - Armand Amar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마지막 구절이 심장에 꽂히네요
우리가 신을 찾듯이
생명체란 살기 위한 투쟁이라는데
아무리 최상위포식자라고 해도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전쟁은 없었으면
육식의 정점에서 채식주의자가 어떤 의미인지
홀로 옳고 그름을 정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하지 못할 시인이라는 점에
답안지를 작성하며 인류애를 가진다는 것
무폭려 비폭력이 나라를 잃는 슬픔보다 클 수 있다면
유태인처럼 한글로 문명에 도착할 수 있다면
글을 잃는 슬픔이 소멸보다 가벼워질 수 있기를
9월 시마을모임에 어머님과 참석합니다
뵙기를 바라는 마음이 랍비를 모시는 마음과 비례한다고
가끔은 안희선 시인께서 현자가 아닌가 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보잘 것없는 글인데..
과분한 말씀입니다
퇴고랍시며 올렸는데
퇴고는 커녕,
퇴보인듯도 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