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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9회 작성일 22-06-03 00:04

본문

눈  



교토 거리에서 단 한번 맞아 본 눈. 

미세하게 낡은 유리창에 

조각되어 가는 성에. 

나는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백년 전 단골로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다는 그 

카페를 찾아간다.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늘 앉았다는 

그 테이블에 앉아 

그가 늘 마셨다는 무섭도록 검은 

커피를 마신다.

단맛이 제거된 쌉쌀한 

눈송이. 그것은 새하얗지만 

아주 검기도 해서 유리창은

파랗게 질려 있지만 예리한 성에가

내 깨어나는 망막 

위를 덮어가는데, 

붉게 칠해진 나무기둥이 내 무의식의

저 편 허공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강물 위로 조용히

아픈 눈송이들 

투신하고 있는데,

타니자키 준이치로가 백년 전 읽었던 

그 신문기사를 내 알 길 없으나

겨울바람이 조금 벌어진

내 옷깃 안으로 벌떼처럼 

앵앵 소리내며 

모여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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