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가 있는 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티라노사우루스가 있는 방
그날은 마침 비가 내려
갤러리에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전시회의 성공을 축하하며
볼룸에서 왁자지껄 축배를 들고 있었습니다.
나 혼자 전시장에 들어섰습니다.
첫번째 방은 비어 있었습니다.
단지 바닥에 레몬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두리번거리다가
철사에 두 눈이 꿰인 참새 한 마리가
내 머리 위에서 푸드덕거리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다음 방에 들어섰습니다.
방은 거대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에는 아주 커다란 티라노사우루스의
검게 변한 화석 하나가
그 큰 방을 가로질러 놓여 있었습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귀 먹먹해질만큼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거나 혹은
절규할 만도 하건만
방은 아주 조용했습니다.
내 몸 크기만한 넓적다리뼈에 탄소가 스며들어
펄펄 끓는 빛나는 용암 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건져냈던 것입니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골격 위를 기어올라
그 두개골 속 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샹들리에가 천정 위에서 조금 흔들거리는
그 문도 창도 없는 방안에
어둠뿐이었습니다.
샹들리에의 등을 켜자 모두 빨간 전구뿐이었습니다.
방안이 온통 빨간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빨간 빛은 방안을 가득 채우다 못해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 바깥으로 흘러넘쳤습니다.
나는 오래 전 멸종해 버린
그 누군가의 두개골 속에서
선홍빛 적막을 켜버렸던 것입니다.
나는 재빨리 흙으로 덮어
내 죄의 흔적을 감추었습니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글 구성 포맷은 사물과 섭리 그리고 본질에 원천적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라 좋은데
자연 강이 만드는 자연성과 마련 기능이 가능한 신적 기능이 내재적으로 성립되지 않고 있습니다
격 높음을 더해 체공에서의 상황이 가능했으면 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날카로우십니다. 사실은 미완성입니다. 중반 이후 부분은 스케치만 해둔 것입니다.
진화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런 내용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착상에 시간도 걸리고 해서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