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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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는 맨살갗에
소금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빗질도 하지 않은 채 청록빛
심정지인 상태로 꿈을 꾼다고 한다. 섬흙 위에 빼꼼히 내민
얼굴. 목
바깥에서 피망을 닮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유리창에
가득 채워진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다가 망막 위에 불덩어리를 얹는다. 분홍빛 손톱 하나하나마다 그 위에
놓인 투명한 비늘들, 아주까리 마른 잎들이 타들어간다고 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내 목 언저리에서 통증으로 머물다가
마치 해무가 퍼지며 해안으로 깔려들듯이 몽롱하게 내 폐 안으로 넓게 스며든다. 쿠사마 야요이는 황홀히 익어가는
새빨간 동백꽃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댓글목록
grail200님의 댓글

담담하게 써 내려간 내용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특히나 [폐 안으로 넓게 스며든다]에서 따뜻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쿠사마 야요이가 쪽발이 인가요? 글을 보니까
늙은이의 한심한 작태로 보입니다.
나이는 늙었는데 젊은 이 들 시가 들어 오는데 베껴 쓰고 싶고 니 능력은 없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남의 시를 전혀 읽지 않습니다. 젊은이의 시는 더더구나 읽지 않습니다.
이 시는 젊은이의 시라기보다 아주 오래전 김춘수와 정지용 시를 바탕으로 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가 젊게 보인다니 아주 의외네요.
쿠사마 야요이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가, 그녀의 작품 두 개를 연속으로 실제 감상하고
쓴 시입니다. 그녀의 작품과 일생을 알아야 감이 오는 시입니다. 그때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작품을 본
사람이 이 시를 읽고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냥 어떤 사실에 대한 시입니다.
이 시는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창조적 고통과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제가 겪은 병의 감각을 이용했습니다.
콩트님의 댓글

쿠사마 야요이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오래전에 전시회를 한 적도 있을겁니다.
한국 사회도 그랬지만 동양인으로서 더욱이 여성으로서 서양에서는 얼마나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을까요.
시를 통해 그녀와 시인의 삶이 오버랩 되는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시인님의 좋은 시, 여기 시마을에서 자주 뵙길 고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